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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뜨는 마곡서 핫한 현대미술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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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페이스K 서울 개관전`일그러진 초상`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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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위치한 미술관 '스페이스K 서울' 바로 앞에서 헤맸다. 2층 건물이 마곡지구 문화공원2에 낮게 엎드려 있어서다. 멋스럽게 지은 공원 관리 사무소로 짐작했는데 미술관이라니….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는 고층 빌딩 사이 낮은 쉼터로 미술관을 설계했다.

연면적 2044㎡(600평) 규모에 둥글고 낮은 스페이스K 서울은 곡선의 미학을 드러낸다. 주변의 반달 모양 정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옥상에도 잔디밭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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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 서울 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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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고 있는 마곡지구에 미술관을 지은 주체는 코오롱그룹이다. 2018년 마곡산업단지에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를 세우면서 105억원을 들여 스페이스K 서울을 지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뒤 향후 20년간 운영한다. 인근에선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LG아트센터가 2022년 개관할 예정이어서 함께 문화예술기반이 약한 서남부 지역에 예술의 향기를 퍼트릴 것으로 기대된다.

코오롱그룹은 2014년 세상을 떠난 이동찬 전 코오롱 명예회장의 각별한 그림 사랑으로 현대미술 메세나에 앞장서 왔다. 이 명예회장은 직접 그린 그림으로 1992년 고희전, 2001년 팔순전 등 개인전을 열었으며, 1995년 퇴임 후에는 붓을 잡는 낙으로 살았다고 한다. 부친의 영향을 받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1998년부터 공연과 미술 전시를 후원했으며 2011년에는 '스페이스K'를 설립해 전시 152회를 개최하고 작가 437명을 지원했다.

지난 16일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핫한 세계 현대미술가들 작품 30여점으로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을 내년 1월까지 연다. 먼저 야외 공원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한경우 작가의 증강현실(AR) 작품인 'Unimaginable columns'를 볼 수 있다. 높이 5m 거대한 글자 기둥들이 미로처럼 구성돼 있으며, 관객이 원하는 글자를 출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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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게니 'Berg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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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미술을 이끈 yBa(young British artists) 군단의 초기 작가인 글렌 브라운은 소용돌이 치는 물감으로 인체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펼쳤다. 그는 렘브란트와 피카소 등 대가들의 작품 색상과 위치, 크기를 변경해 새로운 이미지로 재생산해왔다.

독일 작가 안드레 부처의 대형 회화 '무제(wanderer)'는 짱구처럼 우스꽝스럽게 생긴 인물을 그렸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그림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 속 등진 남자의 앞모습을 그렸다는데, 지팡이 외에는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프리드리히 작품은 온통 뿌옇지만 부처의 그림은 두터운 붓질과 강렬한 색채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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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부처의 대형 회화 '무제'wand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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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출신 화가 아드리안 게니가 히틀러의 베르크호프 별장 풍경을 거칠게 일그러뜨린 그림 'Berghof'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권력남용이나 착취, 억압과 같은 인류사의 위악을 주제로 특정 공간과 관련 인물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새롭게 각색하고 있다.

검은 교복 60개를 나열한 서도호 설치작품 '고등학교 교복'은 획일화로 개성을 말살시키는 사회를 비판한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딘큐레는 사진을 자르고 엮어서 인터넷이 베트남 성혁명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구자명, 김영미, 이단비, 이진원, 함혜경이 협업한 영상 작품 '우주로 간 카우보이'는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한다.

세계 미술 최신 경향을 보여준 미술관은 내년에 마이애미 출신 작가 헤르난 바스(2월~5월)와 영국 개념미술 작가인 라이언 갠더(7월~9월) 전시를 차례로 펼칠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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