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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숲속의 헝가리 무곡...조성진·김선욱의 환상적 포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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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계촌클래식축제 10회 맞아
조성진·김선욱 첫 협연에 7천명 몰려
짙은 녹음, 풀벌레 소리 함께한 음악회
사흘간 총 지역 주민 등 1만4천명 관람


매일경제

2일 계촌클래식축제 무대에서 깜짝 포핸즈 ‘헝가리 무곡 5번’으로 앙코르 연주를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과 김선욱.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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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가 지나간 강원 평창 방림면 계촌마을의 선선한 해 질 녘,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36)과 조성진(30)이 야외무대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았다. 2일 열린 계촌클래식축제의 메인 공연인 별빛 콘서트 1부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박수에 화답하며 깜짝 ‘포 핸즈’ 무대를 선사한 것이다. 관객의 박수 소리는 즉각 놀라움의 환호로 바뀌었다. 두 사람이 각각 경기필하모닉 지휘자와 협연자로 무대에 선 것도 처음인데, 피아노 한 대를 함께 연주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선곡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익숙한 선율에 섬세한 연주가 활기차게 이어지자 7000여 명의 관객은 황홀한 표정으로 숨을 죽였다.

지난달 31일~이달 2일 사흘간 열린 제10회 계촌클래식축제는 이들의 무대를 끝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조성진과 경기필은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1번으로 먼저 관객을 맞았다. 조성진은 정확한 음정과 섬세한 표현으로 서정성과 유머가 섞인 곡을 소화했다. 그의 두 손은 섬세하게 건반을 쓰다듬는가 하면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가 중력에 이끌리듯 강하게 건반을 내리치기도 했다. 연주자들의 합도 인상적이었다. 트럼펫 독주를 경기필 이나현 수석이 맡아 피아노나 현악과 선율을 주고받는 곡의 매력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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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일 계촌클래식축제 별빛 콘서트 공연 후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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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과 경기필은 어둠이 깔린 후 진행된 2부에선 늦봄의 평창과 잘 어울리는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부드럽고 온화한 선율이 풀 내음과 어우러지고, 애절한 대목에선 풀벌레 소리가 답하는 듯했다. 경기필은 앙코르로 헝가리 무곡 1번까지 연주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야외무대는 가설무대와 확성장치에 의존해 음향이 오롯이 전달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연주자들은 호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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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김선욱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보기 위혜 계촌클래식축제 별빛 콘서트 공연장에 몰린 6000여 명의 인파.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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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리즈 콩쿠르에 18세 나이로 우승했던 김선욱과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 우승한 조성진의 무대에 인구 2000명 남짓인 평창 방림면의 작은 마을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람객들로 들썩였다. 마을 입구에 있는 계촌클래식 정보센터까지 이어지는 길의 양방향 모두 갓길에 주차된 차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인근 주차장과 기차역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도 매번 만차였다.

사전 무료 응모를 통해 당첨된 관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선착순으로 대기번호를 받아가며 공연장을 꽉 채웠다. 펜스 바깥에 자리를 잡은 이들도 많았다. 계촌3리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한 토박이 주민은 “재작년 (임윤찬 공연) 이후로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온 건 처음 본다”며 “1980년 넘어서야 전기가 들어온 집도 있는데, 이런 작은 마을이 알려지는 건 좋은 일이다. 나도 밭일하다가 음악을 들으러 왔다”고 흐뭇해했다. 계촌클래식축제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계촌초 오케스트라 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축제를 주최하며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도 학생들에게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며 축제를 주관한다. 올해 행사엔 조성진·경기필 외에도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진상,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윤, 소프라노 박소영 등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고 지역 주민을 포함해 총 1만4000여 명이 관람했다.

평창=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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