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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콜센터 상담사들 “실적 압박에 최소한의 쉴 권리도 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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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각종 신규 정책 안내 업무까지 떠안으며 업무량 폭증

‘욕받이’ 신세에도 실적평가 계속…방역 위한 휴식시간도 안 지켜져

[경향신문]



경향신문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한 ‘콜센터 노동자의 집단감염 예방 및 쉴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콜센터 노동자의 업무량을 줄이고 과도한 실적 압박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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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우울한 출근길을 이겨내고 콜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상담사들은 출근이 두려울 정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밀집·밀폐된 환경 속에서 집단 감염 우려에 노출돼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업무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수당을 무기로 한 실적 압박이 지속되면서 상담사들은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5일 공공운수노조가 확보한 정부민원안내콜센터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전화상담 현황을 보면, 총 269만건의 전화가 걸려왔고 상담사들은 이 중 234만건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콜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만건(31.7%), 상담 건수는 40만건(20.8%) 증가했다. 이는 기존 업무에 더해 코로나19로 긴급 도입된 각종 신규 정책 안내 업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재난지원금 신청안내가 시작된 지난 5월에는 전년보다 20만건이나 많은 45만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2차 재난지원금 등의 안내가 시작된 이달 16일에는 하루에만 무려 4만5000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콜 수였기 때문에 이 중 실제 상담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1만3000여건이었다. 상담 응대율이 하루 평균 응대율인 93%에 크게 못 미치는 30%로 떨어졌다.

응대율이 떨어지면 화는 상담사에게 돌아온다. 석소연 정부민원안내콜센터 노조 분회장은 “민원인 중에 ‘30분 기다려서 연결됐는데 너는 왜 안내를 그거밖에 못하냐’고 하거나, 대놓고 ‘멍청이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다”며 “새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상담 업무는 늘어나는데 충분한 교육은 없어서 부정확한 안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도 콜센터 관리자들의 실적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상담 후 상담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후처리 시간이 1분이 넘거나, 상담내용 추가 확인을 위해 전화를 받지 않는 시간이 월 15분을 넘으면 상담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식이다. 이는 수당의 차감으로 이어진다.

증가한 업무량과 지속된 실적 압박은 방역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1시간마다 휴식시간을 갖고 환기하기’를 명시하고 있지만, 상담사 간 간격이 좁고 대화량은 많은 콜센터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필모 전국금융서비스노조 비정규센터장은 “홈쇼핑 콜센터 노동자의 점심식사 시간이 20분이다. 주문시간까지 포함돼 실제 식사는 5분 안에 마쳐야 한다”고 했다.

원청이 콜센터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길 때 실적과 인건비를 연계하는 계약 구조 자체가 상담사의 쉴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 원청업체는 계약서에 응답률이 85%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인건비를 공제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기도 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실적·성과와 휴게시간·휴가를 연계하는 원하청 계약을 폐지해야 현장의 노동조건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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