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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크레인, 텅 빈 공장... "코로나까지 덮친 군산에 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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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고통 심화... 현대조선소 재가동만 '오매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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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년 전 가동을 중단해 대형 크레인 등이 멈춰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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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무슨 추석입니까. 원래도 사망선고 상태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역 경제가 아주 박살났어요.”

지난 21일 오후 찾은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군산산업단지. 추석 대목에도 공장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드넓은 부지에 방치된 기자재에선 누렇게 녹이 슬어났다. 신종 코로나로 국내외 판매 수요가 줄면서 그나마 있던 제조업마저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이곳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군산산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조선업 불황과 신종 코로나로 지금은 지나다니는 승용차 한 대 보기 힘들지만 현대조선소가 한창 가동될 땐 화물차와 출퇴근 승용차로 공단 내 왕복 6차선 도로가 꽉 막혔었다”고 과거의 영광을 회상했다.

1988년부터 6년에 걸쳐 조성된 군산산단은 1996년 가동을 시작한 한국GM공장과 2009년 준공한 현대조선소를 등에 업고 한 때 전북 총 매출의 40% 이상을 책임졌다. 그러나 2017년 7월 현대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이듬해 5월 GM군산공장까지 폐쇄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8년 4월엔 국내 처음으로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됐다.

군산산단의 쇠퇴는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폐업이 속출하면서 공단 주요 거리에선 구인구직 현수막이 사라졌다. 식당 주인, 컨테이너 운송기사 등도 생계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군산산단의 조선업 노동자만 해도 2016년엔 5,250명이었으나 2018년 369명으로 급감한 뒤 그마저도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추석 대목 걱정은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한 이들에게 ‘사치’다. 남방파제에서 만난 70대 시민은 현대조선소를 가리키며 “3년 넘도록 저렇게 방치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산단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군산의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 기간을 2022년 4월로 2년 더 연장했다. 군산의 지역산업ㆍ경제 활성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휘청대던 군산산단에 재기가 쉽지 않을 정도의 묵직한 한 방을 또 가했다. 추석 연휴 기간 지역 간 왕래가 많아지면서 군산에서 또 다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지역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군산 토박이 B씨는 이 같은 군산산단의 오늘을 이렇게 표현했다. “GM공장과 현대조선소가 다시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문 열지 모르겠어요. 희망고문으로 시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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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북 군산산업단지 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한 협력업체가 조업을 중단해 공단부지가 텅 비어 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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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산업단지 내 인도에 인적이 끊겨 잡초만 무성한 채 공장매매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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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글 사진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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