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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남자는 귀걸이도 안된다’ 中드라마 아직도…[관심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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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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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왼쪽)와 등륜(오른쪽). / 사진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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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면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난달 중국에서는 tvN의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의 중국 버전인 '밀실대도탈'에 출연한 '사극 여신' 양미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양미는 개인 인터뷰에서 동료 출연자인 남성 배우 등륜이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자 '남자도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의 SNS인 웨이보 등에서는 양미의 말이 '성 역할을 고착화시키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고, 결국 '밀실대도탈' 측은 이 인터뷰 영상을 편집했다. 등륜의 팬들은 양미를 겨냥해 '남자는 어두워도 무섭다고 말도 못 하나'는 글을 올렸다.


'여성은 우한 안 간다, 가족 때문에'…中 드라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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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의 드라마에서 '방역 지원을 함께할 여성은 없느냐'는 물음에 여성 직원이 거절하는 장면. / 사진 =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 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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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송가에서 '여자다운' 것과 '남자다운' 것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코로나19에 맞서는 사람들을 그린 중국 관영 CCTV의 7부작 일일 드라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가 초래한 '성 차별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에는 코로나19로 폐쇄된 우한으로 방역 물품을 운송할 사람을 찾는 버스 회사의 관리자에게 여성 직원이 '가족들이 올 예정이라 못 간다'며 거절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여성 간호사가 의료 장비를 갖추지 않고 흉부 압박을 실수하는 등 서툰 모습을 보인 것도 그대로 방송됐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여성은 가정에나 충실하라는 것이냐' '우한에 간 의료진이 대부분 여성인데 일부러 역할을 축소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실제로 차이나데일리·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코로나 최전선에서 활약한 의료진 중 과반수가 넘는 60%가 여성이다.

남성 연예인들도 중국 방송가의 성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는 지난해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 '누나의 꽃집'에서 남성 출연자의 귀걸이를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했다. 아이치이는 플랫폼 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귀걸이를 한 남성 출연자의 귀를 뿌옇게 처리했으나, 여성 출연자의 귀걸이는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아이치이는 '성 역할을 고착화한다'는 논란에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자는 방송에서 귀걸이도 못 낀다'는 해쉬태그(#)가 웨이보에서 4억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왜 여자다워야 하나요' VS '가정 충실한 게 왜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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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출연자의 귀걸이를 모자이크 처리한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 / 사진 = 웨이보


중국 현지에서는 이같은 방송가의 고정관념을 놓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해 있는 성 고정관념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난해 열린 시닝 청년 영화제에서 여배우 하이칭의 '중년 여배우가 맡는 역할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한다'는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하이칭은 중국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고, 여성 배우는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부 팬들은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방송을 망치고 있다'며 호응했다. 한 팬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남녀가 짝을 이뤄 가정을 꾸리는 것만이 최대 목표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일부 팬들은 "방송이 가정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 팬은 "우리 어머니도 기쁘게 가정을 꾸렸고 나도 그럴 것"이라며 "어린 시청자도 많은데 특이한 배역이 많아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팬들은 중국 방송가의 엄격한 검열이 방송 소재를 제한한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중국의 방송 사전검열 기관인 광전총국의 검열 기준을 보면, 불륜남이거나 내연녀, 미혼모 등 '정상적인' 가정에 소속되지 않은 등장인물은 아예 방송에 등장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A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상한 어머니와 듬직한 아버지'가 나오는 드라마는 그만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며 "성별을 떠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출연자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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