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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대목에 문닫은 마트…"온라인몰만 득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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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추석 명절 전 마지막 일요일인 27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문이 닫혀 있다. 이날 서울시내 모든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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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당연히 문을 열 줄 알았는데…."

서울에 사는 주부 김 모씨는 주말이면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갔지만 추석을 앞둔 27일에는 인근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날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으로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장을 보러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 재래시장으로 추석 장을 보러 간 김씨는 "태풍 이후 채소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의무휴업으로 인해 전국 대형마트 10곳 중 9곳이 문을 닫으면서 추석 장사에 영향을 받은 업체들뿐만 아니라 명절 용품 구입을 준비 중이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국 141개 점포와 18개 트레이더스 매장 중 117개가 이날 휴업했다. 서울 시내에는 문을 연 매장이 한 군데도 없었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점포 중 109개가 문을 닫았으며 롯데마트도 전국 116개 매장 중 95개가 휴점했다. 이들 역시 서울 시내 매장들은 모두 휴업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며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2·4주 일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형마트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명절 직전 주말에 추석 용품과 선물세트 구매가 몰릴 것을 예상해 의무휴업일 요일 지정권을 가진 전국 지자체에 추석을 앞두고 의무휴업 요일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예정대로 27일 휴무가 진행됐다.

이 같은 의무휴업은 예고된 것이지만 '대목 장사'를 놓친 대형마트들은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다. 명절 매출의 약 20%가 연휴 직전 주말에 나와 업계에도 타격이지만 고객 편의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점포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주문도 의무휴업일에는 허용되지 않아 연휴 직전에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 배송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대형마트 측은 이날 휴업으로 약 5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매출 부진에 시달렸고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돼 타격이 컸지만 추석 명절을 바라보며 기대를 했다"며 "명절 연휴 직전 영업을 중단해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미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구도로 재편됐는데 아직도 정책은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만 놓고 비교하고 있다"며 "유통산업의 변화와 발전 상황을 담지 못하는 구태의연함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휴무로 명절용품 구매를 위해 소비자가 전통시장 등으로 몰리면서 재래시장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이날 재래시장은 오랜만에 북적였다. 다만 의무휴업일 제도의 정책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수요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옮겨 이커머스만 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 장마와 폭우로 산지 피해가 커진 탓에 급등한 과일·채소 가격에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며 상인들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서울 광진구 재래시장인 자양시장은 오전 일찍부터 장을 보러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장을 보러 나온 이들은 농수산물 가격이 비싸 장을 보기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날 자양시장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1만2000원, 애호박 1개에 2000원, 배는 7개들이 선물세트가 7만원이 넘었다. 70대 이 모씨는 "지난해보다 과일·채소 등이 너무 비싸 최소한의 음식만 장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자양시장 상인은 "소량으로만 구매해 예년과 같은 추석 대목 재미는 못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남엽 남대문시장 상인회장은 "대목 느낌은 없어진 지 오래"라며 "마트 휴무와 상관없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 박대의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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