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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코로나19 방역 동원된 ‘사람이 먼저’… 피살 민간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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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그토록 강조했지만…

北의 우리 국민 총격·사살 떠올리면 공허해져

세계일보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모습. 정 총리는 개천절 집회와 관련, “집회의 자유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연합뉴스


“사람이 먼저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개천절(10월 3일)은 물론 한글날(10월 9일)에도 서울 도심 집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든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근거로 들었다.

이날 정 총리의 대국민담화는 코로나19 대응, 그리고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4일)를 앞둔 특별방역기간 돌입에 한정됐으나 최근 서해 최북단에서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를 대하는 정부 태도를 감안하면 ‘사람이 먼저’,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같은 말들이 무척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 총리는 개천절과 한글날에 광화문 일대 등 도심에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이들을 향해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는 우리 민주헌정이 보장하는 고귀한 기본권임에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사람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어떠한 주장도 어떠한 가치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국가의 존재 이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정 총리 담화는 코로나19 대응이 목적인 만큼 최근 전국민들 충격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은 우리 공무원 피살사건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사람이 먼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정부가 정작 우리 국민이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고 시신이 어떤 상태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현 상황에 관해선 말을 아끼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가 많다.

세계일보

해경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A씨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근무하던 중 실종됐다. 어떤 경위에선지 이튿날 북한 해상에서 북한 해군에 의해 발견된 A씨는 병사가 쏜 총 10여발을 맞고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25일 이 사건에 관해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사과하면서도 시신이 어떤 상태인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등에 관해선 ‘우리도 모른다’는 식의 불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애초 정부는 이 사건을 ‘만행’으로 규정하며 북한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도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사과’의 뜻을 뒤 밝힌 뒤 정부 기조가 갑자기 바뀌었다. 군과 해경은 “시신 수습이 우선”이라며 우리 측 해역에서 수색 작업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A씨 유족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A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국회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미루며 북한을 상대로는 “남북 공동으로 진상을 조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보수 야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에서 개천절 및 한글날 집회에는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람이 먼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등 발언을 쏟아내면서 정작 우리 국민, 그것도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숨진 사건을 놓고선 ‘사람이 먼저’,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같은 말을 왜 안 하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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