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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돌변한 北 향해…靑, 공동조사 카드로 `대화채널 복원`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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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민간인 사살 만행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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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북한의 서해상 실종 공무원 사살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긍정 평가했다. 보수 야권이 정부와 여권을 향해 "가해자의 사과에 감사해한다"고 비판하고 있고, 이날 오전 북한이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영해 침범행위'를 경고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남북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북측이 지난 25일 통지문에서 밝힌 사과 메시지를 긍정 평가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제의하는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이 이 같은 제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 차장은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도 있으므로, 중국 당국과 중국 어선들에도 시신과 유류품 수습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는 정부 입장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 의지가 강력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의 '영해 침범' 경고에 대해서는 북측의 관성적 메시지로 이해하고 김 위원장의 사과 메시지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의 영해 침범 경고 메시지를 접한 청와대 관계자들 반응에서 감지됐다. 청와대 측은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NLL 관련 강경 메시지보단 북측이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 걸쳐 시신을 수색하겠다고 밝힌 데 무게를 뒀다. 청와대의 추가 조사 요구 하루 만에 북측이 일단 호응하는 모양새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청와대는 전날 저녁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우리 측 첩보와 북한이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과 간 차이가 있는 데 대해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측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조사도 요청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후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오전 보도에서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NLL을 실제 쟁점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NLL 문제 자체를 양보하진 않겠지만, NLL을 구실로 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로는 비치지 않는다"며 "현재는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NLL에 대한 입장을 남측에 재확인시키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 입장에선 의도치 않았던 사건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의 '공동조사'가 순탄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측이 NLL 문제까지 언급하며 날을 세운 상황에서 곧바로 태세를 전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북측은 우린 군과 해경이 서해 NLL 이남만을 대상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측이 '영해 침범'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보도에서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 작전을 벌이든 개의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우리 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서해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통신이 언급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1999년 9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의 해상 경계선으로 선포한 '조선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양경찰청은 A씨와 관련해 연평도 인근 해상을 8개 구역으로 나눠 집중 수색을 진행했다. 수색 범위는 NLL 이남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 해상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해경과 해군의 함정 29척과 어업지도선 10척 등 선박 39척과 항공기 6대가 투입됐다. 해경은 500t급 함정 4척 등 13척과 항공기 2대를, 해군은 함정 16척과 항공기 4대를 각각 투입했다. 옹진군 등도 어업지도선 10척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전날에는 선박 36척과 항공기 5대 등을 투입했지만 광범위한 수색을 위해 이날부터 규모를 확대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공무원 사살에 대해 사과한 것을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이 한국에 해명과 사과를 전한 것을 안다"며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살해당한 한국 공무원의 친구와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일에 대해 동맹인 한국의 규탄과 북한의 완전한 해명을 요구하는 한국의 촉구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한국 민간인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구테흐스 총장 대변인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해역에서 한국 국민이 목숨을 잃은 것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도 김 위원장이 사과했다는 청와대 발표를 자세히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김 위원장의 사과가 고조되는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문 대통령의 평화 조성 시도에 반발이 생겼으며, 많은 언론사들이 포용정책을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수현 기자 / 김제관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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