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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코로나에도 ‘얼굴 없는 천사’는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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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22일 광주 광산구 하남동행정복지센터에 익명의 기부자가 놓고 간 사과 50상자가 쌓여 있다. 광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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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어르신께 떡갈비를”
무명 청년 기부에 주민 동참

광주 하남동의 ‘18년째 천사’
올해도 사과 상자 새벽 선물
강원·경북 곳곳 나눔의 손길

지난 23일 오후 6시쯤 광주 광산구 송정2동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A씨가 들어섰다. 방문 이유를 묻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A씨는 “추석을 쓸쓸히 보낼 어르신들에게 떡갈비를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지갑에서 50만원을 꺼냈다.

박경옥 송정2동장은 27일 “광주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년이 지갑에 있던 돈 전부를 내밀었다”면서 “기부금 영수증 발행도 원하지 않았고 이름도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동장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씨는 업무차 광주에 왔다가 광주송정역 인근 ‘송정떡갈비’ 골목을 찾았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다져 만든 떡갈비에 ‘돼지 뼈 탕’이 곁들여 나오는 송정떡갈비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음식이다.

이날 송정떡갈비를 처음 맛본 A씨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 제주도에 사는 부모를 떠올렸다고 한다. A씨는 박 동장에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추석 연휴 고향을 찾지 못하게 됐다”면서 “부모님을 뵙지 못한 아쉬움을 어르신들에게 떡갈비를 대접해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의 50만원 기부는 순식간에 100만원으로 두 배나 불어났다. 이 같은 기부 사실을 알게 된 송정2동 주민들이 추가로 비용을 모아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80여명 모두에게 추석 연휴 떡갈비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훈훈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명절이 예고됐지만 시민들은 십시일반 마음을 나누며 연대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하남동 동사무소에는 지난 22일 새벽, 사과 50상자가 쌓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는 2011년 설부터 시작해 이번 추석까지 18번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그가 그동안 기부한 쌀은 1t이 넘고 사과와 배, 포도 등 과일은 814상자나 된다.

광주 서구 금호1동 주민들은 ‘독거 남성’을 위해 반찬가게와 식육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만들어 전달했다. 주민들은 10만원의 ‘호동이네 찬올림 쿠폰’을 50대 이상 혼자 사는 남성 20명에게 전달했다.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이들이 추석에 먹고 싶은 음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강선주 금호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그동안 한꺼번에 같은 음식을 만들어 배달해 왔는데 받는 사람들의 식성까지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원 화천군 ‘화천읍 희망이웃’ 협의체 위원 30명은 지난 25일 읍내의 한 민박업체에 모여 김치와 장조림 등 각종 반찬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날 100인분에 이르는 반찬을 용기에 정성껏 담아 화천읍 지역 소외계층 100가구에 배달했다.

경북 지역 비정부단체(NGO)인 (사)해피기버와 교육복지 기업인 (주)희망이음은 지난 25일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제공해 달라며 2400만원 상당의 추석 선물세트를 경북도에 기탁했다.

강현석·최승현·백경열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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