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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만물상] 5선 의원이 “X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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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도 교육청은 수업 시간에 막말을 한 교사를 징계한다. 오래전 서울교육청 사례를 보면 한 윤리 교사가 “영감탱이 법관 새X들이 시대에 어긋나게 꼴통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가 징계받은 내용도 있다. ‘영감탱이’는 늙은 남자를 얕보는 말이고, ‘꼴통’은 머리 나쁘고 둔한 사람에게 쓰는 속어다. 이런 말도 학생들 앞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곰탱이' ‘미련퉁이’는 행동이 느리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고, 유명 브랜드를 흉내 낸 물건은 ‘짝퉁’이라 한다. 이렇듯 ‘~퉁(이)’ ‘~통’ ‘~탱이’에는 상대를 깔보는 속뜻이 배어있다. 단어 앞부분에 신체 부위 명칭을 붙인 ‘눈퉁이’ ‘젖퉁이’ 따위도 점잖은 입은 차마 삼가는 말이다. 그런데 한 글자로 된 성기(性器) 이름을 앞에 붙이면, 보통 사람은 평생 쓰기 힘든 천박한 욕설이 되고 만다.

조선일보

만물상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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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選) 중진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그 욕설 ‘X탱이’를 썼다. 한 민간 투자자가 경기 오산에 조류 테마 파크를 지으면서 이곳이 지역구인 안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지금 공사는 의향서와 (다르다…). 해명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냈는데, 40분 동안 답장이 없자 “X탱이가 답이 없네”라는 문자를 또 보냈다.

▶충격을 받았을 상대가 잠시 뒤 “5선 의원님께서(…) 선의의 도움을 주기는커녕 밤마다 문자에 이제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까지 한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후배에게 보낸 것이 잘못 갔다. 양해 바란다”고 짧게 사과했다. 나중에 이 투자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말도 했다. 안 의원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자 같은 당 도의원조차 “무소불위 안하무인”이라고 비난했다.

▶불이익을 받을까 봐 입을 다물고 있던 사업가가 지난 주말 내용을 전격 공개한 뒤 안 의원을 성토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토가 나올 것 같다” “본인에게 욕을 돌려주자”고 했다. 과거 안 의원의 언행도 불려나왔다. “‘최순실 비자금’ 찾아온다더니 어찌 됐나.” “당장 윤지오부터 데려오라” 등이다. 안 의원은 ‘최 비자금은 30조’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었다. 이 액수가 황당하다는 의심조차 하지 못한다. 블랙코미디가 된 윤지오 소동을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이 안 의원이기도 하다. 윤씨가 이상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데도 이런 소동을 벌였다. 안 의원은 욕설 파문이 커지자 “친한 후배에게 보낸다는 게 실수였다”고 했다. 이 정도가 이들끼리의 일상 언어인 모양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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