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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정당 혁신 플랫폼 본격 가동… 야권 통합 생각 없다” 비호감 야권과 망가진 경제 살리는 공통 키워드는 혁신… 네편 내편 사고로 해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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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에서 합쳐봤자 선거가 있다면 필패입니다. 저희가 국민의힘과 합친다면 현 정치상황을 뒤집을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것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매경럭스멘 창간 10주년 특별인터뷰에서 정치권 일각서 계속 제기되는 야권 통합과 관련해 이렇게 답하며 “이런 이야기가 계속 회자되는 것 자체가 현재 자신들에게 만연해 있는 비호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제1야당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특히 20~30대 젊은 층들의 제1야당에 대한 비호감은 요샛말로 ‘극혐’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그들이 어떤 옳은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보수 야권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혁신이고, 이 가운데서 야권 전체가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실제 안 대표의 말처럼 정치지형도는 정부·여당의 잇단 실책과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현재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도 민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반짝했던 지지율에 탄력을 붙이지 못하면서 난감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제1야당과의 거리두기 간격은 유지한 채 정치권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혁신’적인 실험에 나선다.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내세웠던 세 가치 중 하나인 공유정당과 관련해 이를 구현해낼 ‘툴’을 10월께 내놓을 예정인데, 일종의 인터넷 플랫폼으로 각종 현안들 혹은 우리 사회에 개선돼야 할 점들에 대해 당원이 아니라도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굳이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국민의당 정책 기조에 동조하는 이들은 누구나 들어와서 활발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당원 중심의 정당 체계를 지지자 중심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안 대표의 뜻이 담겨져 있다.

안 대표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정치도 과거와 다른 대국민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유럽에서 이미 시행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야권의 외연 확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차로 인터넷 웹페이지 형태를 선보이고, 이후 보완을 거쳐 앱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가미됐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앱에 올라오는 글들의 자동 분류부터 토론 참여까지 앱 전반에서 작동한다. 이후 생성된 토론 결과물들은 국회의원 등 입법 관계자들에게 자동으로 전달돼 법안 마련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일종의 정책 주문 배달 앱인 셈인데 정쟁이 아닌 정치권의 건전한 토론문화와 새로운 입법 통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야권의 혁신은 지나쳐도 과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야권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저변을 넓히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층들을 끌어들이려면 과감한 시도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안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일례로 진중권 교수와 대담을 한 유튜브 방송 세 편의 조회 수가 200만 뷰를 넘었다”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다양하게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제가 국민의힘 쪽에 다가가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은데 이는 만들어진 스토리이고 오히려 다가오려는 쪽은 제1야당 쪽”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통합 같은 정치적 행보보다는 야권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는 노력이 더 급하다”고 거듭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과거에 비해 강렬해진 단어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머무른 동안 닦은 현안에 대한 내공도 엿보였다. 안 대표는 최근 우리 사회 화두가 돼버린 기본소득, 부동산 문제, 재벌 개혁 등 각종 경제 현안들에 대해서 “경제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세상을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 보고 정책을 펴는데 어떻게 문제가 해결이 되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정부 여당의 여러 개혁 작업에 대해 “의도는 알겠다”면서도 자신의 안랩 CEO 시절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어떤 이는 신자유주의라 하고 반대편에 있는 이는 관치경제라고 하는데 둘 다 틀렸다. 안랩 대표 시절 보니 대기업들은 전부 국가의 명령에 꼼짝을 못했다. 재벌회장은 관료들한테 90도 절을 하더라.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벤처 간 관계에서는 산적한 불공정 거래관행들을 보고도 나몰라라 하며 신자유주의적인 행태로 일관했다. 역설이지 않나. 우리 경제는 관치와 신자유주의라는 최악의 조합 속에서 운영되고 있고 이 상황에서 기업들은 창의적, 혁신적 시도를 하지 않는다. 자율성은 찾아볼 수 없다. 재벌개혁만 해도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해서 고질적 문제가 해결될까? 글쎄다… 이런 구조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한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귀국을 결심했을 당시 보았던 대한민국이 망가져가는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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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현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 같습니까.

▷내년 상반기에 백신이 나오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국민들이 다 맞을 수 없으니 우선 접종 대상자도 정해야 하고, 현재 맞는 방식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마 내년 연말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발발 후 8개월 정도 고생했는데, 앞으로 2배의 시간을 더 견뎌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인플루엔자처럼 매년 다가올 것이라고 봅니다.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외부의 평이 좋습니다만.

▷사실 진단 시약은 우리가 빨리 만들었지만, 백신을 만들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부족합니다. 다만 생산역량은 좋다고 봅니다. 우리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될 질문은 ‘왜 정부가 지금 이 정책을 발표했는가’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공공의대를 만든다고 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남자의 경우 군대를 갔다 오고 정식 의사가 되기까지 인턴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14년 정도가 지나서야 가능합니다. 즉 그때서야 정책의 효과가 검증가능하단 말입니다. 그래서 종식이 예상되는 시점에 정책을 추진해도 무방한데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정부가 강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관련된 집단과 의사소통도 전혀 하지 않았고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가 다급한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의료계 현실을 보면 내과·산부인과·소아과 같은 필수 전공분야에 지원자가 없고, 시골의 의사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의료 인력을 배치하려면 이들에게 적당한 처우를 해줘야 합니다. 외과, 산부인과의 경우는 위험도가 높아 의료소송을 많이 당합니다. 과실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다가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국가가 책임을 져주는 등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위험도가 있지만 국민들에게 필요한 분야에 의료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수가 조정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의료 낙후지역의 병원 접근권과 관련해선 이런 곳은 국공립 병원을 세우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민간 병원을 국가가 인수하면 당장 해결될 부분입니다. 14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하지 않고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대 선출방식을 성적이 아니라 면접으로 뽑는다고 하니 더 의구심과 반발이 커진 것입니다. 시도지사가 추천을 하고 시민단체가 심사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의 데자뷔 아닙니까.

▶현 정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가 지난 정부와 완전히 다른 것 한 가지가 있는데요, 상대편에 적용하는 원칙을 자기들한테는 전혀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도 ‘대리시험이 왜 나쁘냐’는 말까지 떳떳하게 나오는 사회 분위기는 참 기가 막혔습니다. 전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윤리나 도덕 기준을 완전히 바꾸는 시도가 자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기본을 붕괴하는 시도인 거죠.

▶부동산 문제를 향한 정부여당의 자신감도 대단한데요.

▷월급 받아서 경제활동을 해본 사람들이 없는데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현 집권세력은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월급만 많이 주면 경제가 살아날 텐데 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펴고, 집값 불안도 세금을 과하게 매기면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정말 초등학생 수준의 대책을 내놓고 해결을 자신합니다.

▶추가 설명을 좀 해주신다면요.

▷세금을 내는 행위는 열심히 일한 노력의 과실을 갖고서 우리 사회 공동체에 공헌하는 성격이 강한데 이 정부는 이를 전혀 인정치 않습니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의무 아닐까요? 세금을 많이 내는 이들이 있어야 서민들의 복지혜택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세금을 징벌적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잘못했으니 세금을 많이 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도대체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 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세금을 제대로 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징벌적 과세를 밀어붙이니 참….

▶지금의 집권 세력은 왜 그럴까요.

▷정치권의 뿌리 깊은 조폭문화가 한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조폭은 우리 편은 절대선이고 상대편은 잘해도 악입니다. 집권 세력의 행태가 이와 같다고 봅니다.

올해 매경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에서 찬성 52%, 반대 48%가 나왔는데, 재임 시절 이 반대의 목소리를 투표 결과에서 나타난 영국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전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봅니다. 반대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담으려는 노력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서로 합치면 필패합니다. 제1야당은 당을 향한 비호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20~30대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힘은 ‘극혐’이란 말로 표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옳은 메시지를 쏟아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민들, 젊은 세대들이 듣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1야당은 당에 대한 호감을 높여야 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합치는 정치 공학적 논의보다 서로 야권의 파이를 키우는 경쟁을 할 때라고 봅니다. 저희가 국민의힘과 합치면 현 정치판도를 다시 뒤집을 기회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과 가까운 듯한 모습을 보이시는데요.

▷만들어놓은 스토리일 뿐입니다.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행사에 축사를 하는 것은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가간 것이 아니고요. 굳이 말하자면 자꾸 그쪽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은데요.(웃음)

▶많이 질문을 받으시겠지만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해보셨습니까.

▷대한민국 정치판이 하도 드라마틱해 일주일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혀 이 문제와 관련해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국감 등 국회 일정을 보면 11월에나 돼야 각 당이 내년 보궐선거에 대해 고민할 텐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뭔가를 고민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힘을 기르고, 신뢰도를 높이고, 무관심층을 끌어들여 야권의 지지층을 넓히는 노력에 주력할 때라고 봅니다. 진중권 교수와 진행한 대담 3편의 합계 조회 수가 200만 뷰를 넘었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당분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내세운 공유정당과 관련해 의미 있는 행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유’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현 당원 중심의 정당을 지지자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정치 구조상 당원으로 가입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고요. 이런 것을 고려해 당원이 아니더라도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동조하는 누구나 와서 공론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논의된 내용은 입법을 통해 정책화하는 것 까지 고려하고 있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4차 산업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입니다. 정치권도 그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공지능이 가미된 앱을 만들었습니다. 10월 초에 오픈베타버전을 통해 테스트한 후 10월 중순쯤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1차는 웹페이지 형태로, 추후 보완을 거쳐 앱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플랫폼은 공론의 장으로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토론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내는 작업을 하게 되고, 또 토론 과정에까지 참여하게 됩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말입니다. 이후 정제된 의견 중 정책으로 발전시킬 만한 것들은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자동으로 전송하게 됩니다. 일종의 정책 딜리버리 앱인 셈이죠. 정치의 역할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임을 감안할 때 앱 내 활발한 토론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 화두인 기본소득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문제의식은 이해가 갑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나온 것인데, 하지만 걱정하는 사회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만큼 충분한 논의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핀란드와 같이 소규모로 실험한 경우만 있을 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우는 세율도 낮지만 재정도 부족해서 당장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일각에서 미국 등 다른 선진국처럼 돈을 찍어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가 이런 전략을 취하기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외화 유출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일단 국토부장관이 주도하면 안 됩니다. 부동산 문제는 집값만의 문제가 아니고 교육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총리나 경제부총리 수준에서 각종 국가현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수요와 공급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수요측면에서 장기 세제혜택 등이 있는 미국식 모기지 제도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급측면에서는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최근 부동산 불안에 정부가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곳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치가 틀렸다는 지적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최근 주거 트렌드는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생활의 질에 대한 눈높이가 커진 것이죠. 재개발 묶어놓고 도심에 아파트 공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고 봅니다.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여당은 재벌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의도는 알겠는데 방향성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업은 악마, 노동자들은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는 현 집권세력의 기조로 보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경제구조와 관련해 어떤 학자는 신자유주의라 하고 반대편에 있는 이는 관치경제라고 하는데 안랩 대표 시절 경험한 것을 반추해보면 둘 다 틀렸습니다. 우리 경제는 관치와 신자유주의가 결합된 최악의 조합입니다. 당시 같이 일했던 대기업들은 전부 국가의 명령에 꼼짝을 못했습니다. 재벌회장이 관료들한테 90도로 절을 하는 모습이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벤처 간에 존재하는 불공정 거래관행들에는 손 놓고 나몰라라 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접근법인 셈이죠. 이 둘의 결과는 똑같습니다. 기업들의 자율성을 완전히 빼앗아 창의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게 하고, 이에 안주한 기업들도 새로운 혁신적 도전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경제 생태계가 이런데 우리 경제가 계속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경제가 나빠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은 잘못된 경제구조를 타파해서 기업, 기업가들에게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해서 재벌들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도 답답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북한에게 대한민국은 전혀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자신들이 필요한 상대에게 직접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북한에게 레버리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주요 열강들과의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까지 염두에 둔다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독일에 있을 때 통일에 관계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 통일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변국의 동의였습니다. 독일의 통일도 주변국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했습니다. 만일 지금 벼락처럼 통일기회가 다가와도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대북 정책 기조도 바뀌어야 합니다. 역대 정권을 막론하고 우리는 북한의 정권에게만 다가갔지 북한의 주민들에게 다가가지는 않았습니다. 독일이 통일을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서독이 사로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일관계도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요.

▷최근 만난 이스라엘 대사가 자국의 최우방국으로 독일을 이야기해 깜짝 놀랐습니다.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이 발전하는 데 가장 좋은 파트너가 독일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물론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당했던 아픈 역사는 절대 잊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전 이것이 외교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국익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특히 통일까지 염두에 두면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활용할 필요가 있는 국가입니다. 경제, 외교 교류는 계속 이어져야 하고 그래야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소환 건으로 드루킹 사건이 다시 관심입니다.

▷현 집권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다 보니 증거를 많이 지운 상태에서도 드루킹은 대법원에서 댓글조작 혐의로 유죄를 받았습니다. 선거 재판 때 확인된 조작된 댓글 숫자가 8800만 개였습니다. 과연 네이버에서 당시 이를 정말 몰랐을지 궁금합니다. 윤영찬 의원이 당시 네이버 부사장이었습니다. 전 자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방치했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이에 연계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아직 2심도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담 홍기영 국장 정리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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