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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 | “지속가능경영의 근원은 사람, 모든 건 휴먼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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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현지인 BMW 현지법인 사장’ ‘아시아인 최초 BMW 본사 임원’ ‘국가별 최초 벤츠 판매량 추월’ ‘국내 수입차 업계 최장수 CEO’ ‘성공한 고졸 신화’….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회장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들이다. 올해는 BMW가 한국에 진출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자 그가 BMW에 입사한 지 25년이 되는 해다. 어쩌면 한국에선 그의 역사가 곧 BMW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여 년 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뛰어든 소년이 국내 수입차 업계에 남긴 족적은 결코 작지 않다. 1995년 BMW그룹 코리아 설립 당시 재무담당으로 합류한 김 회장은 지금까지 1만4000여 명의 직·간접 고용창출, 500여 개 국내 부품업체와 협력을 이끌어냈다. 770억원을 투자한 BMW드라이빙센터와 BMW그룹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했고, 약 3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 BMW코리아 미래재단도 구축했다.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사회적 이동성 구현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런 그가 내년 3월 퇴임을 예고했을 때 업계가 술렁였던 건 당연한 일. 정년이 65세인데 60세에 그만두겠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냐”는 반응이 나왔다. 김 회장은 BMW그룹 코리아에서의 25년을 돌아보며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또 투자해야 한다”며 후배들을 위한 선배 세대의 노력과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회의실 책꽂이를 빽빽하게 채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인상적이었다. 바쁜 와중에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의 학구열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매일경제

▶올해는 BMW가 한국에 진출한 지 25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7월 1일이 BMW의 국내 진출 25주년이었어요. 개인적으론 1995년 4월 1일에 입사를 했지요. 그해 3월 29일에 독일에서 면접을 보고 4월 1일에 발령받았습니다. 내년 3월 29일에 은퇴할 예정이죠. 아, 은퇴하는 그날이 바로 제 결혼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아주 날짜가 묘하죠.(웃음)

▶격변의 역사인데,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지난 25년은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었어요. 대한민국은 이제 글로벌 국가로 일어섰습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가는 문턱에 선 국가는 현재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됐지요. 1995년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얘기했는데, 지금은 코리아프리미엄을 논하고 있습니다.

▶BMW는 국내 수입차 법인 1호이기도 합니다. 그간 BMW코리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수입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했지요. BMW가 진출하며 당시 철저하게 생산자 중심, 공급자 중심이던 국내 자동차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놓은 것이 자동차 산업 지형변화의 초석이 됐을 겁니다.

▶BMW 입장에서 국내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세계 5위 시장입니다. 놀라운 수치죠. 중국, 미국, 독일, 영국 다음이거든요.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큰 시장입니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규모나 내실이 탄탄해지고 소비패턴이 업그레이드됐다는 방증이죠. 25년 전에 차를 사는 기준이 가격이었다면 지금은 브랜드, 디자인, AS까지 구매 조건과 기준이 명확해졌어요. 굉장히 성숙한 시장이 됐습니다.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도 BMW의 장점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 고객들은 패스트 무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가 OK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거예요. 소비자반응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 그게 우리나라거든요. BMW 입장에서 살펴보면 새로운 고객도 늘고 있고, 다른 브랜드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시는 분들도 확실히 늘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많은 조직은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브랜드를 이끄는 회장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한데요.

▷회장이 다했다고 상당히 왜곡돼서 알려졌는데,(웃음) 사실 저희 직원들이 가꾸고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가진 복은 정말 훌륭한 직원들과 딜러들이 있다는 점이죠. 그게 BMW코리아의 성공 요인이에요. 모든 건 휴먼비즈니스입니다.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조직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건 큰 장점이죠. 어느 조직, 사회, 국가나 좋은 사람이 많으면 성공하기 마련입니다.

▶좋은 사람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생각이 제한돼 있지 않고 가용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산을 여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죠. 또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직원들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게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말씀처럼 후배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시겠지만 전 먼 길을 그것도 아주 멀리 돌아서 온 사람 아닙니까. 저희 때는 여건상 어렵게 공부했지만 후배들은 대부분 해외경험이 있고 엄청난 공부를 했습니다. 언어적인 면도 굉장히 훌륭하죠. 그런 양질의 자원들이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건 국가적인 낭비 아닌가요.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사람입니다. BMW건 다른 브랜드나 산업이건 이를 펼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실제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많은 CEO들이 BMW코리아 출신입니다. 임원들도 많죠.

▶그래서인지 BMW코리아 직원들은 다른 수입차에 비해 해외근무 기회가 많다고 하더군요.

▷사람에 대한 투자, 특히 여성인력 발굴이 제겐 큰 이슈였어요. BMW에 입사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을 접해보니 철저한 수직적 관계였거든요. 생산자와 판매자가 우선이고 소비자는 저 아래에 있었지요. 게다가 남성 중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수평적으로 바뀌잖아요. 수평적 관계는 단계마다 의사소통의 과정을 중시하고 공존, 상생, 균형, 협력을 중요시합니다. 이건 여성이 강한 덕목들이에요. 그 훌륭한 강점을 사회 주류로 끌고 와야죠. 그래서 BMW코리아에는 걸출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전 세계를 섭렵하며 훈련을 받기도 하죠. 지금도 독일,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 우리 직원들이 나가 있습니다. BMW를, 대한민국을 넘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야 해요.

▶정년보다 먼저 은퇴를 예고하신 건 후배들을 염두에 두신 결과인 겁니까.

▷65세가 정년인데, 60세에 끝내겠다고 독일 본사에 아예 공언을 했어요. 2015년 9월부터 승계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12월에 발표를 했지요. 지금은 제 후임인 한상윤 사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파고를 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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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그룹 코리아는 지난해 4월 신임 대표이사에 한상윤 사장을 선임했다. 당시 한 사장은 BMW 말레이시아 법인장이었다. 한 사장이 첫 한국 외 해외법인장을 맡게 된 것도 알고 보면 김효준 회장의 영향이 컸다. 당시 김 회장이 한 사장을 적극 추천하며 직접 독일 본사를 설득했다고 한다.

“1등을 쫓는 건 2등 게임이죠.

리더는 새로움을 창조해야 합니다.”


▶국내 수입차 업계 최장수 CEO인데, 장수의 비결을 꼽으신다면.

▷한 40년 직장생활을 해보니 매니저와 리더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매니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예견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누구나 열심히 하면 매니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더는 다르죠. 왜냐하면 리더는 1등을 쫓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등을 쫓는 건 2등 게임이에요. 적어도 리더는 남이 보지 않는 걸 관찰하고 새로움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리더죠. 전 그런 역할만 한 겁니다. 시각을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뒀기 때문에 내가 고객이라면 이게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 걸 실천에 옮긴 거죠.

▶국내에 BMW드라이빙센터, 미래재단 등을 구축한 것도 바로 그 고객 중심의 사고가 바탕이겠군요.

▷드라이빙센터는 아들하고 저녁 먹다 떠올린 겁니다. 차를 사는 데 시내 한 바퀴 도는 건 의미가 없고 적어도 트랙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듣고 보니 정말 그렇거든요. BMW의 차별성은 시운전에 나서면 바로 느낄 수 있으니 정말 그게 필요하겠구나 싶었지요. 독일에 가서 그 얘길 했더니 그게 왜 한국에 필요하냐고 묻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시장이 크지 않았으니 비용이 너무 큰 거죠. 초기비용만 770억원이 들었고, 현재까지 130억원이 더 투입되면서 총 90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분명히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2년 반 동안 독일 본사를 설득했어요. 현재 드라이빙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장성택 상무와 온 힘을 다해 최고의 시설을 만들었지요. 지금은 전 세계 브랜드가 벤치마킹을 위해 견학을 오는 명소가 됐습니다. 결국 자동차산업도 문화를 입혀야 합니다. 피터 드러커도 21세기 경영의 마지막 화두는 문화라고 했잖아요.

▶올해는 5시리즈와 6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제가 연관된 건 없지만 한상윤 사장과 직원들이 독일 본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했습니다. 또 지난 3월 말에 독일 본사 임원이 리콜 문제로 한국에 왔을 때 국내 시장에 대한 믿음과 미래투자에 대한 약속을 했어요. BMW는 문화 자체가 정직하고 바른 회사입니다. 리콜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가 되진 않았지만 숨기거나 할 게 없습니다.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죠.

▶말씀처럼 리콜 문제가 아직 진행 중인데요.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다 말씀드릴 순 없는데, 적어도 BMW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안전, 그리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 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 딜러들이 2주 동안 24시간 고객들과 소통하고 통화했습니다. 저도 새벽 3시, 4시에 지방의 딜러사를 돌면서 격려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한밤중에 어느 고객 분이 수고한다며 피자를 돌리시더군요. 현재 리콜이 99% 진행됐고 그 이후 사고는 전혀 없습니다. 독일 본사에서도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한국에 와서 설명하겠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잘 정리될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 2000년에 제가 사장이 되면서 직원들과 공유했던 내용이에요. 딜러사 사장님들과도 함께 공부하며 논의했던 부분이죠. 기업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가 사회적 가치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풀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기업이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것이죠. BMW코리아가 청년들의 고용을 위해 아우스빌둥을 만들고 500여 개 국내 부품기업과 협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명제는 단 하나, 지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내용들은 BMW코리아만의 지향점입니까. 아니면 독일 본사의 방향입니까.

▷사회와 더불어 간다는 건 어느 나라나 근원적 방향은 똑같습니다. BMW코리아가 갖는 차별점이라면 제가 오랫동안 사장을 했다는 점이에요. 다른 곳은 2~3년이면 사장이 바뀌거든요. 일관성을 갖기 힘들죠. 그런데 저나 저희 직원들은 BMW코리아를 떠나도 한국에서 생활할 것이니 장기적인 계획이나 고객과의 소통이 일관되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지속가능경영이 성공의 열쇠군요.

▷제가 후임자를 뽑을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승계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다면 여기도 독일인 사장이 왔을 겁니다. 제가 독일 본사에 얘기한 건 이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 그게 어느 나라 사람이든 난 관계없다, 그러나 우리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한국 사람밖에 없잖아요.(웃음)

▶일각에선 BMW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갖지 못한 한 가지가 생산 공장이라더군요.

▷사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생산 규모를 갖기 위해선 적어도 판매량이 연간 10만 대 이상은 돼야 합니다. 현재는 비용을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이죠.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금은 글쎄요. 60살에 은퇴하고 몇 가지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좀 틀어졌어요. 여하튼 내년 3월까지는 잘 마무리해야 하는데, 어떤 형태가 됐던 제가 가진 경험이나 일천한 지혜를 후배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즘 새벽에 일어나서 그런 단편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조만간 책이 한 권 나올 것 같네요. 퇴임 전에 출간하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

창간 10주년을 축하합니다

김효준 회장은 창간 10주년을 맞은 <매경LUXMEN>을 위해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혁신은 지속할 때 빛날 수 있다”는 짧지만 강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BMW가 프리미엄 리딩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된 비결이 무엇인지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혁신입니다. 그리고 혁신은 편견을 깨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한국의 경제매거진 중에서라면 <매경LUXMEN>이 바로 그렇습니다.

<매경LUXMEN>은 읽기 쉬운 글과 신선한 기획, 감각적인 비주얼로 경제를 다루며 ‘경제매거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깼습니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같은 지향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혁신은 지속 가능할 때 비로소 빛날 수 있음을 알기에 <매경LUXMEN>의 한결 같은 모습은 더욱 값집니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매경LUXMEN>에 축하에 앞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매경LUXMEN>의 지속 가능한 혁신, BMW도 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홍기영 국장 정리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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