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김희원, 하지원, 박소이 출연의 영화 '담보'가 독특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추석 극장가를 찾아온다. 하지원과 투톱 주연을 맡은 성동일은 분량만으로는 원톱에 가까운 존재감으로 어린 승이 역의 박소이와 관객들을 내내 울리고 웃기는데 성공했다. 과도한 감정과 설명하는 신들을 과감히 쳐낸 연출은 이 영화가 신파로 흘러갈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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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93년도를 배경으로 어쩐지 어수룩한 사채업자 콤비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가 조선족 여인에게 빚을 받으러 가면서 시작된다. 돈 대신 억지를 써 담보로 딸 승이(박소이)를 데려온 두석은 다음날 여인이 중국으로 추방된다는 소식에 복잡한 심경에 휩싸인다. 이후 큰아버지가 나타나 빚을 갚아주며 승이를 데려가지만 연락이 두절되고, 두석은 유흥업소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있는 승이를 찾아내 직접 키우기로 마음 먹는다.
성동일은 두석 역으로 사채업자 일을 하지만 정 많은 성정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로 그렸다. 성동일 자체를 캐릭터로 빚어놓은 듯 두석은 시종일관 관객을 익숙한 웃음과 공감대 속으로 끌어들인다. 불평도 많고 말도 많지만, 두석은 위험에 처한 승이를 구해내고 결국 보란듯이 키워낸다. 누구나 두석에게 공감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아무나 하기 힘든 실천을 묵묵히 해내는, 아빠보다 더 아빠같은 캐릭터를 완성도있게 표현했다. 극중 승이가 두석에게 새로 지어준 이름 '승보'는 마치 '승이 바보'를 뜻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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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고 소외된 이들이 만나 '진정한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담보'는 90년대 초반 벼랑끝에 내몰린 불법체류자, 사연있는 사채업자, 이리저리로 팔려다니는 아이 등 소외된 이웃들의 사정을 들여다본다. 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이들이 하나씩 만나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고, 가족이 돼간다. 감정 과잉신이 난무하거나 신파적 연출을 하지 않지만, 그저 보여주는 것만으로 모두의 눈물샘을 기어이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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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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