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불붙은 '차량시위' 논쟁…'면허취소' 가능한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찰, 과거에도 차량시위 불법행위 '면허 취소' 처분

보수진영 "이석기 시위는 가만두더니"…현재는 상황 달라

정부 강경대응 기점 된 '광복절 집회' 악몽

차량시위 논쟁 지속, 법원 판단 주목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노컷뉴스

개천절 차량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유수지주차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정부의 '반미친중' 정책을 규탄하는 카퍼레이드를 위해 출발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오는 10월 3일 개천절 대규모 집회 대안으로 꺼내든 '차량 시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불법 차량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차량 시위 제한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찰은 차량 집회 자체를 차단한다는 인식은 '오해'라며 '불법성'을 전제로 들었다. 이번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차량 집회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는 운전면허 취소 등 법적 조치를 늘 취해왔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집회 자유' 보장을 위해 최소화해야 하지만, 불법을 용인해선 안된다는 시각은 이견이 없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코로나19 시국이라는 특수성, 시민과 자영업자 등에게 줄 수 있는 피해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과거에도 차량 집회 불법 행위 '면허 취소' 처분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이번 개천절 집회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차량을 이용한 집회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불법 차량 집회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등은 과거에도 계속 해왔던 조치"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이번에 코로나19와 개천절 상황 등을 감안해 공개적으로 강조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9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단체 대표 등 3명은 서울 한남대교에서 총 6개 차로를 30분 동안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운전면허 취소 통보가 내려졌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에는 자동차로 시위행렬에 참여한 운전자의 면허가 취소됐다. 그보다 앞선 2003년 11월 경찰청은 전국농민대회를 앞두고 도로교통법 위반 시 면허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불법 차량시위와 관련한 면허정지 및 취소 등 행정처분은 도로교통법 제46조(공동위험행위 금지), 제48조(안전운전 의무 3회 이상 지시위반), 제98조(운전자가 단속 경찰공무원 폭행) 등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벌점이 40~100점이 쌓이고 면허 행정처분에 이르는 셈이다.

이번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경찰은 차량 집회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집회로 인해 일어나는 불법 행위를 강도 높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량 시위 자체가 위험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불법 행위가 일어나면 처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집회 자유 자체를 억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단체 일각에선 "경찰이 개천절 집회를 탄압하기 위해 차량 시위를 금지하고 면허취소로 협박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참여연대와 정의당 역시 "집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대응은 지나치다"며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다만 이들은 주최 측을 향해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를 주문했다.

◇보수진영 "이석기 시위는 가만 두더니 왜?"…현재는 상황 달라

코로나19 시국이라는 현 상황도 개천절 집회 강경대응에 명분이 되고 있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25일 '개천절 집회 대비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개천절 '대규모 불법 차량시위'에 대해 "현행범 체포와 운전면허 정지·취소, 차량 견인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집회 차단을 위한 '3중 검문소'도 운영할 방침이다.

차량 시위는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집회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한 '10인 이상 집회금지 통고' 방침을 따라야 한다. 차량 한대에 운전자 한명씩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10대 이상 차량 집회는 금지된다.

경찰은 지난 26일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이 서울 시내에서 개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차량 시위'에 대한 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서울 일대에서 '차 9대 이하'가 참여하는 시위로, 도심 쪽으로 차량이 이동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개천절의 경우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에서 차량 200대 규모로 행진을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법적 근거에 의거 금지 통보를 내렸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지난 7월 25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8·15 특별사면 요구 차량 시위'는 허용하며 면허 취소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집회를 차단하고 있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7월 25일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시점으로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회금지 통고' 방침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주최 단체는 서울 독립문 등 6개 차로에서 각 100대의 차량이 참여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집회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다만 교통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1개 차로당 차 20대가 참여하는 선에서 '제한 통고'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 강경대응 기점이 된 '광복절 집회' 악몽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광복절 집회' 이전과 이후다. 광복절 집회를 거치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관련 확진자 600여명 돌파 등 상당한 후폭풍을 겪었다. 정부와 경찰이 강경대응에 나서는 것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는 위기 의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차량 시위를 유독 주목하는 이유는 보수단체들이 '9대 이하 차량'으로 집회를 신고하더라도, 대규모로 다시 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광복절 집회에서 보수단체들은 집회가 허용된 곳에 신고된 인원을 넘어 대규모로 몰린 바 있다. 새한국은 최근 공지를 통해 "10월 3일 차량시위를 하겠다는 단체가 계속 늘고 있다"며 "지금 크게 차량시위로 관심이 전환되고 있는 중이어서 총력을 다해 이 차량시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에선 "코로나19 확산과 차량 시위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이 역시 다르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차량 시위를 봤을 때 시위 전에 모임을 하거나 차량에 내려 부착물을 달기 위해 모이는 등 여러 집합 행위가 포착됐다"며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10대 미만 차량 시위들이 미신고 불법집회와 결합해 대규모 집회로 변질되거나 이로 인한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아져 공공 안녕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서울시 등 방역당국과 협조해 '금지구역 외 9대 이하의 차량 시위'에 대해서도 금지통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0대 미만 차량 쪼개기 신고'를 한 뒤, 현장에서 모이는 방법 등으로 법망을 피하는지 여부를 살피겠다는 얘기다.

◇차량시위 둘러싼 논쟁 불붙어…법원 판단 주목

'차량시위'를 둘러싼 경찰과 보수단체의 대립 속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의견은 분분한 분위기다. 전례가 없는 코로나19 시국이기에 '집회 자유'와 '공공 복리' 중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는 셈이다.

헌법 제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37조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나와있다.

집회 자체의 본질적인 자유와 권리는 침해하지 않더라도, 공공복리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쟁점인 셈이다.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인권보호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차량시위를 막겠다는 발상은, 우리나라의 수준을 전두환 시절로 돌리는 것"이라며 "이번 차량집회에 대한 대응이 경찰개혁의 성과를 다 까먹고 폭력경찰로 돌아갈 것인지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역시 SNS에 "면허취소의 근거가 궁금하다"며 "도로교통법 93조의 운전면허 취소조항에 차량시위가 취소사유가 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동국대 김상겸 법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법적인 근거가 있는 선에서 불법을 제지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 만약 과도한 공권력이 문제라면, 사법부의 판단을 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특히 현재는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전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복리, 시민에게 피해가 없는 선에서 집회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지 여부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시기와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불법 집회로 인한 면허 취소 등 경찰 처분과 관련한 취소 소송을 보더라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집회 참가자가 승리한 경우가 있었고,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경찰의 손을 들어준 판례도 있었다.

차량 시위에 대해선 최근 수원지방법원 제2행정부의 판단이 주목되기도 했다. 성남시에서 신혼희망타운 조성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차량 99대를 이용한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를 받았다며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에 대해 법원은 "집회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존중되어야 하나, 감염병 확산의 중대 기로에 있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응책, 예방책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개천절 차량시위 금지통고를 받은 새한국 측도 28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법원이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릴지 다시 한번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