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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美 대선, 바이든 지지율 앞서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 만만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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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지지층 규합에 올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단임에 그치는 불명예를 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가면서 올해 대선은 더욱 ‘블랙박스’와 같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민주당은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고, 뒤쫓는 공화당은 오히려 승리를 자신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정합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수 기관의 조사 결과를 모아놓고 보면 추세는 확인할 수 있기 마련이다. 9월까지 추세를 종합해보면 두 후보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6월에 비하면 차이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전국 지지율은 물론 주요 경합주에서도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리드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수언론인 폭스뉴스가 9월 7~10일 전국 등록유권자 131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바이든 후보는 51%, 트럼프 후보는 4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5%포인트까지 좁혀진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민주당 우세가 계속 이어져왔는데도 응답자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점쳤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시점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추측하느냐’는 질문에 51%가 ‘그렇다’고 답했고, ‘아니다’라는 답변은 4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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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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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도 역시 공화당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59%가 트럼프 재선에 대한 열정이 지지 배경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54%가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4개주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양당 지지층의 뚜렷한 분화가 확인된다.

먼저 18~29세 연령층에선 바이든 후보(65%)와 트럼프 대통령(23%) 간 지지율 격차가 크다. 반면 45~64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52%)이 바이든 후보(41%)를 오히려 압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민주당을, 베이비붐 세대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세대 대결 양상인 것이다. 오히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12%포인트나 앞섰다.

또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을, 여성은 바이든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고 비(非)백인의 59%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지역별로는 도농 대결 양상이 뚜렷했다. 이와 함께 인종 문제나 국가 통합,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가 더 잘할 것이란 답변이 많았던 반면 경제 문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할 것이란 답변이 우세했다.

이번 대선의 4대 이슈는 인종 문제, 대통령의 리더십, 코로나19, 경제 회복 등으로 진단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부실대응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공화당은 ‘법과 질서’를 핵심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해보이지만 그는 오히려 고졸 이하 백인들의 결집을 꾀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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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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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가에서는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부동층 비중이 적은 선거라고 분석한다. 미국 정치의 당파성은 어느 때보다 강화돼 있고 변수로 작용할 제3후보도 없다. 결국 양당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결집해 투표장으로 나오고, 경합주 민심이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승패가 달린 셈이다. 현재까지 판세를 보면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 3대 경합주에선 바이든 후보가 아직 우세하다.

반면 남부의 3대 경합주인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은 여론조사는 박빙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6년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인단 270명에 43명이 부족했다. 만약 민주당이 4년 전 승리한 지역을 모두 사수하고, 43명만 더 가져온다면 승리할 수 있다.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 3곳에서 이기면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플로리다(29명)까지 되찾아온다면 넉넉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우편투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편투표 비중이 4년 전의 3300만 표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편투표 운용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모든 유권자에게 자동으로 투표용지를 발송하는 이른바 ‘보편적 우편투표’ 제도를 택한 주는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9개주와 워싱턴DC 등 총 10곳으로 주로 민주당 텃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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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는 아니지만 우편투표를 장려하기 위해 신청서를 모든 유권자에게 미리 보내는 주는 위스콘신 미시간 등 13곳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 사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스스로 신청한 사람에게만 우편투표 용지를 보내주는 주는 16곳이고, 아예 코로나19를 이유로는 우편투표가 불가능한 주도 6곳 있다. 더 복잡한 문제는 언제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를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느냐다. 각주 규정을 분석해보니 미국 50개주 가운데 28개주는 올해 선거일인 11월 3일까지 도착한 용지를 인정한다. 문제는 4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투표도 우체국 소인이 3일 이내로 찍혀만 있으면 카운트하는 지역이다. 일단 전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합주만 살펴보자. 텍사스주는 4일 도착분까지만 인정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는 6일, 미네소타주와 네바다주는 10일, 오하이오주는 무려 13일까지도 괜찮다. 공교롭게도 이들 6개주는 모두 경합주로 분류되는 지역들이기 때문에 표차가 매우 적고 개표까지 늦어지면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처럼 우편투표 비중이 커지면 대선 당일 개표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기록하고 우편투표 집계가 끝나면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원사이드 게임이 벌어지지 않는 한 최소 며칠간 선거 결과를 확신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1%포인트 이내에서 승부가 갈리는 핵심 경합주에서 우편투표 비중이 클 경우 패배한 측에서 재검표 요구를 할 가능성도 매우 크기 때문에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며 미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헌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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