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조금씩 구름이 걷히는 기미가 보이나 싶던 국내 조선업은 올해 들어 다시 짙은 구름 속에 갇혔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선박 발주가 뚝 끊기며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수익성도 지키지 못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는데요. 올 하반기에도 조선업계에는 궂은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선업계의 오늘과 내일, '워치전망대-실적기상대'를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코로나 태풍이 한바탕 몰아친 올해 상반기 조선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적표부터 살펴볼까요.
국내 조선 3사의 실적은 업체별로 다소 온도차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걱정을 덜어내지 못한 우중충한 기운 속에 반년을 보냈습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지난 상반기 모두 합쳐 연결재무제표 기준 15조3121억원의 매출, 188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4.5% 늘었습니다만, 영업손익은 작년 같은 기간 394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매출 외형이 가장 큰 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품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상반기보다 9.3% 늘린 7조8701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또 영업이익도 138.4%나 증가한 214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가장 밝아진 성적표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툭하면 터지던 부실 불확실성을 걷어낸 것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수익성도 2018~2019년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한 덕에 개선되고 있습니다. 해양부문에서도 고정비 부담을 덜면서 적자를 줄였고, 엔진·기계부문도 비용 절감으로 흑자를 보탰습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2분기 7000억원대 적자를 내는 '어닝 쇼크'로 상반기 조선 3사 중 가장 안쓰러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상반기 통튼 매출은 3조5181억원을 작년보다 9%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7556억원이나 됐습니다. 이 조선사의 작년 한 해 영업손실이 6166억원이었는데 이보다 많은 적자를 한 분기에 본 것입니다.
2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선주사 인력이 철수해 공정이 지연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상태였는데요. 여기에 유가 하락에 따른 드릴십 재고자산 평가손실(-4500억원), 장기미수채권 대손처리 등의 일회성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적자가 크게 불거졌다는 게 삼성중공업 측 설명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외견상 가장 탄탄한 성적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1% 줄어든 3조9239억원, 영업이익은 10.7% 줄어든 3524억원을 기록했는데요. 한국조선해양으로의 매각, 즉 민영화에 앞서 사업을 내실화하는 수준에서 실적이 관리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수주 부진에 따른 향후 고정비 부담 증가분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이익이 줄기는 했지만 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에 연 평균 3.5%로 떨어졌었는데, 올해는 상반기 9%까지 끌어 올린 상황입니다.
삼성중공업 때문에 3사를 합쳤을 때 적자가 난 상황이었군요. 그러면 앞으로의 실적을 가늠할 신규 수주는 어땠는지도 한번 짚어주시죠.
안타깝지만 수주, 그러니까 새로 일감을 따낸 실적을 살펴보면 그나마 지금이 나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개사 올해 수주 목표가 모두 합쳐 351억달러인데요.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신규수주는 총 71억달러 남짓한 수준입니다. 기간으로 다지면 한 해의 3분의 2가량이 지났는데, 수주실적은 5분의 1 정도에 그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수주가뭄'입니다. 조선업은 한 프로젝트가 2~5년 걸리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치고 나면 할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한 곳도 목표의 30%를 채운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가장 많은 곳이 1~8월 49억1000만달러의 신규수주를 기록한 한국조선해양인데요. 올해 수주 목표가 195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달성률은 25.2%에 그칩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72억1000만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워뒀지만 8월말까지 따온 일감은 15억3000만달러에 그칩니다. 목표 달성률이 21.2%인 셈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역시 가장 부진했는데요. 달성률이 10%가 채 되지 않는 8.3%입니다. 84억달러 수주목표를 세웠지만 겨우 7억달러어치 일감을 딴 게 전부랍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 이제 4분기인데요. 연말로 가면서 조선업의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주요 선종인 LNG운반선을 비롯해 최근 수주 소식이 하나둘 늘고 있어 일감 회복 조짐도 보입니다. 다만 코로나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선주사들이 다소 머뭇거리고 있고, 이 탓에 신조선가도 약세라는 점은 수주를 하더라도 조선사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환경규제 효과로 올해 노후선 대체 발주로 인한 상선 발주 확대가 예상됐지만 코로나 탓에 현재는 관망세"라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완화로 물동량이 회복돼야 신조 발주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추설비 등 해양부문 역시 유가 하락으로 주요 오일 메이저들이 투자를 감축하면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야간 조업이 한창이던 2016년 말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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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기대를 걸 수 있는 게 연말까지 카타르 등지의 주요 발주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인데요. 앞서 지난 6월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은 국내 조선 3사와 2027년까지 100척 규모의 슬롯예약 약정(Slot Reservation)을 맺은 바 있습니다. 확정계약은 아니라 실제 계약 물량이나 시기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지만 이르면 연내 본계약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손익 면에서는 향후 업황에 따라 일부 조선사가 보유한 재고 드릴십의 가치가 또 떨어질 경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요. 이 경우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가가 반등해 석유업체 등에서 이 드릴십을 사가는 상황이 온다면 그 조선사에는 수천억원 규모의 '특별이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장 올 연말까지 그런 일이 생기긴 어렵겠지만 말이죠.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의 경우 협력업체를 포함해 조선업 실직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을 대비해 지역적으로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랍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국내 조선사들의 도크에 다시 활기가 넘치게 되길 추석 보름달에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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