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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싸움닭`된 바이든, 트럼프 향해 "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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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을 35일 앞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첫 TV토론에서 96분간 그야말로 '혈투'를 치렀다.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작심한 듯 트럼프 대통령을 거친 표현을 써가며 몰아부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할 때는 일부러 얼굴을 돌려 외면하는 전략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가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공세에 나섰으나 바이든 후보가 말려들지 않으면서 큰 소득을 거두진 못했다.

이날 토론은 애초 달변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우위가 점쳐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바이든 후보가 오히려 '싸움닭'이 된 모양새였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열린 이날 TV토론은 미리 정해진 6개 주제에 대해 15분씩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자인 크리스 월러스 폭스뉴스 앵커가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한 것은 토론이 시작된 뒤 불과 9분 만이었다.

바이든 후보의 입에서 "그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14분 만이었고, 그로부터 4분 뒤에는 "그만 좀 닥쳐라(shut up)"는 험악한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 발언 도중에 시종일관 끼어드는 전략을 썼다. 그는 '당신은 47년간 뭘 했나', '당신 공약은 극좌'라며 맥을 끊기 위해 애를 썼다. 이날 토론은 초반부터 제대로 대화가 진행되지 않을 지경으로 뜨거웠다.

두 사람이 한치 양보없는 설전에 돌입한 것은 코로나19 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입국을 조기 차단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주장했고, 바이든 후보는 "마스크만 썼다면 10만명은 구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백신 보급을 두고 논쟁하던 중 바이든 후보는 "그는 이 문제에 있어 바보(fool)"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토론 시작 후 40분이 흐른 뒤엔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과 2017년에 소득세를 얼마 냈으냐'는 사회자 질문에 "수백만 달러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교사보다도 적은 돈을 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TV토론에 앞서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지난해 98만5000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연방소득세로 약 30만 달러를 냈다는 납세 자료를 이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연간 750달러를 냈다는 뉴욕타임스(NYT) 폭로를 활용해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순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엉망진창이 됐다. 급기야 사회자가 나서 "신사 여러분, 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싫다"고 만류할 지경이 됐다.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서도 한치 양보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법과 질서를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며 "급진적 민주당이 장악한 도시는 엉망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정의가 있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경찰 예산 삭감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는 "그는 인종주의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또 한번 날렸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푸틴의 강아지"라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썼다.

마지막 토론 주제인 우편투표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재앙"이라며 "누가 승리했는지 알기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면서 "여러분의 투표를 이 사람이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선을 5주 앞두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전국 지지율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 공동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 53%대 트럼프 대통령 43%로 10%포인트 차이가 났고, NYT와 시에나대학 공동조사에서도 8%포인트 리드를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토론을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으나 바이든 후보의 역공으로 인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2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첫 TV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CNN 방송은 이날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토론을 생방송으로 시청한 유권자 568명에게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 가운데 60%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잘 했다고 답변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했다는 답변은 28%에 그쳤다.

조사기관이 해당 응답자 패널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했을 때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잘 할 것이란 답변이 56%였고, 트럼프 대통령 우위를 점친 답변은 43%였다.

토론 직후 응답자의 65%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답변이 더 진실했다고 평가해 트럼프 대통령(29%)을 앞질렀다. 또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도 69%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공격이 정당했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공정했다는 평가는 32%에 그쳤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6.3%포인트다.

CNN은 "이번 평가는 미국인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으며 토론을 시청한 일부 유권자를 상대로 평가된 것"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CNN은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성향의 언론사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첫 TV토론 때도 힐러리 후보가 62%의 지지로 더 우세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지만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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