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발효일 이전에 수출물량 집중"
9월 수출(480억5000만달러)이 지난해 9월 대비 7.7% 증가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반등한 것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華爲) 제재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 통제가 시작된 지난달 15일 이전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등 IT부품 공급을 완료하려고 한 것이 일종의 ‘특수’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 특수가 9월 수출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공급할 수 없는 10월 이후에는 미국의 제재가 수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대(對) 화웨이 부품 금수조치에 영향을 받는 반도체, OLED 등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출이 지난 7~8월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의 화웨이 강경 제재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시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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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95억400만달러)은 지난해 9월 대비 11.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폭은 지난 2018년 10월(22.1%) 이후 23개월만에 최대치였다. 지난 7~8월 2~5% 안팎 증가했던 반도체 수출이 9월에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9월 반도체 수출 증가의 1등 공신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었다. 대 중국 반도체 수출(9월25일)은 32억2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9.9% 급증했다. 9월 한 달 반도체 수출량의 3분의 1이 중국을 향했던 것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증가폭이 커졌다. D램 고정가격은 지난 5~6월 3.31달러에서 7~9월 3.13달러로 하락했고, 낸드 고정가격도 지난 3~6월 4.68달러에서 8~9월 4.35달러로 하락했다. 9월 반도체 수출 증가가 시장에서의 전반적인 수요 확대에서 견인된 게 아니라고 분석되는 이유다.
한 경제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화웨이에 허가받은 부품만 공급할 수 있게 만든 미국 상무부 규제가 발효되는 9월 15일 이전에 국내 IT부품 업체들이 화웨이 계약물량 공급을 완료하려고 한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9월 수출 회복에는 ‘화웨이 특수’ 영향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주력상품인 휴대폰에 들어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출도 크게 늘었다. OLED 수출은 지난 9월 12억1700만달러로 전년대비 3.3% 증가했다, OLED 수출 증가율은 지난 7,8월 각각 –28.9%, -18.9%였지만 화웨이 특수에 힘입어 9월 플러스로 전환했다. OLED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수출도 7,8월 모두 20% 이상 감소했지만, 9월에는 감소폭를 –1.9%로 크게 좁혔다.
휴대폰 배터리 등이 포함된 이차전지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화웨이 특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차전지 수출은 지난 7,8월 각각 3.6%, 1.0% 감소했지만. 9월(7억3900만달러)에는 21.1% 늘어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휴대폰용 리튬 이온 배터리 수출이 증가한 것이 이차전지 수출을 3개월만에 플러스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 중국 수출은 월말로 갈수록 증가율이 둔화되는 흐름이었다. 지난 10일 기준 대 중국 수출은 전년대비 9.7% 증가했지만, 20일 기준으로는 8.7%로 증가율이 낮아졌고, 9월 한 달 전체로는 8.2%로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대중 수출이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발효일인 15일 이전에 집중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화웨이 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10월부터 규제로 인한 악재가 표면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손실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반도체 수출량인 939억달러(약 112조원)의 10% 수준인 연간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화웨이 제재로 인한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감소가 10월부터 수출 악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화웨이 제재로 늘어난 9월 수출 물량은 10월 이후 계획됐던 물량을 앞당겨서 실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제재를 피하기 위해 9월에 수출을 늘린게 4분기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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