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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미 현직 대통령 ‘최악’ 건강 위기…리더십 공백, 대선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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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수십년 만에 현직 대통령 최대 건강 위협”

11월3일 대선은 물론 미 ‘리더십 공백’ 우려도

펜스 부통령 부부는 트럼프 부부 확진 7시간 뒤 ‘음성’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27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서 검은 마스크를 쓴 모습. 모리스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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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염병 종말이 눈 앞에 보인다”고 밝힌 지 몇시간 만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달여 남은 미국 대선은 물론 미국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악관 주치의가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엔엔>(CNN) 등 현지 언론은 “지난 수십년간 알려진 현직 미 대통령의 건강 위협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인 숀 콘리는 2일 새벽 1시께(현지시각)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대통령과 영부인 모두 (상태가) 괜찮고, 그들은 회복기간 동안 백악관 관저에 머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치의가 특별한 증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무증상이라는 점도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다른 참모들은 “최근 그의 잦은 선거운동 횟수를 감안할 때 그것이(그 정도 목소리가) 비정상적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목요일(1일)에 그의 목소리가 쉰 것처럼 들린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이 신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트럼프가) 아프기라도 하면, 아예 투표용지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대선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엔엔>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74살인데다, 가장 최근 공개된 몸무게도 243파운드(약 110㎏)로 키(약 190㎝)에 비해 과체중이다. 65살 이상 고령과 과체중은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2일 새벽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전해진 탓에, 현지 언론들도 대선 일정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 및 리더십 공백 사태에 대한 전망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증상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11월3일 대선이 한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유세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기약없이 백악관에 ‘격리’돼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밤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 검사 사실을 발표한 직후 배포된 대통령 공식 일정을 보면 워싱턴 호텔에서 열리는 대선캠페인 모금행사 참여와 샌포드·플로리다 캠페인 방문 일정 등이 잡혀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고령 시민들과의 2일 전화통화 등 공식 일정과 정치 행사를 소화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백악관은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 일정을 포함해 2~3일 예정돼 있던 모든 (현장) 대중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15일 마이애미에서 예정된 2차 TV 토론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3차 토론은 22일 내슈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게 된 데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쏠렸던 여론의 관심을 인종차별 반대 폭력 시위와 새 대법관 지명, 우편 투표 사기 등으로 돌리려던 대선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분석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3월 말 코로나19 감염 직후 잠시나마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동정 여론으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트럼프의 코로나19 감염 사실 만으로 그의 “정치적 운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약 20만7천여명의 미국인이 숨진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유행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있다고 단언하며 여러 차례 “코로나가 멸종할 것”을 전망해왔다. 심지어 자신이 확정 판정을 받기 몇시간 전인 1일 저녁 한 가톨릭 행사에서도 “감염병 종말이 눈 앞에 보인다”고 발언했다. 코로나19 위험성을 축소해 온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호프 힉스 백악관 고문 등 백악관의 최고위직 세 명이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또다시 방역 실패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2일이나 남은 대선에 앞서, 당장 미국의 리더십 공백과 권력 승계에 대한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 등은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뒤 1967년 채택된 미 수정헌법 제25조 제3항을 언급했다. 이를 보면 의학적 무능력 상태에 놓인 대통령은 서면을 통해 일시적으로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다가, 건강이 회복되면 권한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공화당 출신 대통령 두 명이 총 세 차례 이 조항을 활용한 적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5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조지 H.W. 부시 부통령에게 권력을 잠시 이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과 2007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딕 체니 부통령에게 권한을 잠시 넘겼다.

제25조 제4항에서는 대통령 자신이 아닌 부통령 및 행정부의 주요 관리자들 또는 연방 의회 주요 관직의 과반수가 부통령의 권한 대행을 상원 임시 의장과 하원 의장에게 통고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실제로 이런 전례는 없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한편, 미국 <시엔비시>(CNBC) 등 현지 언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부인 캐런 펜스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2일 오전 8시(현시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지 7시간 만이다.

데빈 오멜리 부통령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수개월 간 일상적으로 해왔던 것처럼 펜스 부통령은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며 “오늘 아침, 펜스 부통령과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펜스는 건강 상태가 좋고, 트럼프 부부가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펜스 부통령마저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미국의 대통령승계법에 따라 트럼프와 앙숙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펜스의 음성 판정으로, 트럼프로서는 정적에게 직을 맡기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셈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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