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대통령선거가 'D-30일'을 맞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간 1차 TV토론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놓고 현직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중단하게 된 사태는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확진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일이다. 월터리드군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완치될 때까지 선거운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3일엔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기자들에게 "앞으로 48시간이 중요하다"며 "아직 완전한 회복으로 향하는 분명한 경로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때 '위중설'까지 불거졌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74세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을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선거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며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곧 돌아오겠다"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지지자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썼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긴급 전화 회의를 하고 "선거운동 리더는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유권자들은 이미 투표를 시작했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독려했다. 대선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아 있지만 이미 21개주에서 320만명이 조기 투표를 마친 상태고 논란이 된 우편투표도 곧 본격화한다.
지난 9월까지 여론조사에서 줄곧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졌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경합주 집중 유세를 통해 역전을 노리려던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2차 TV토론도 성사가 불투명하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미온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틀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선거에 불리한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직원들은 그동안 수시로 코로나19 간이 검사를 실시했지만 선거운동에 피치를 올려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방역망이 붕괴되고 말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코로나19 치료를 마치고 선거 캠페인에 복귀한다면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져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정중동 행보를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속으로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는 이날 은행 노조와 영상으로 미팅하면서 "대통령과 영부인의 쾌유를 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인 20만명 이상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애국적 의무"라며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 태도를 간접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판정이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 지지율이 10%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지지율 51%로, 41%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 이는 같은 기관에서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보다 격차가 소폭 벌어진 것이다. 당시 지지율은 바이든 후보 50%, 트럼프 대통령 41%로 지지율 차이가 9%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1차 TV토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율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되지 못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9월 중 실시된 7개 여론조사 평균과 거의 일치한다. 그만큼 지지층이 고착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선 응답자 중 87%가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선거 승패를 가르는 경합주 표심에서도 여전히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TV토론 이후 실시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5%포인트, 펜실베이니아에서 7%포인트 차이로 우세했다. 두 지역 모두 4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이겼던 곳이다. 만약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 두 곳을 가져가면 대선 승리가 확실시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무응답층과 지지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는 응답자를 합쳐 10%가량이 '부동표'로 분석된다. 만약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다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기를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치 후 의무 격리기간까지 끝내면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불과 보름 정도 남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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