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트럼프 코로나 확진 파장..정가·월가 초긴장
트럼프 회복해도…대선불복 가능성 그 어느 때보다 커
양 후보, 조기 승복 가능성 16% 불과…"투자자에 악몽"
'中 때리기' 강도 더 세질 듯…추가 부양책 기대감은 커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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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수주 간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그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렵다.”
현 미국의 정치 상황을 두고 미툴 코테차 TD증권 신흥국 전략가가 내린 진단이다. 11월3일 미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불복’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파장으로 인해 미 정가와 월가(街) 모두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는 의미다.세계 최대 강대국의 정치 혼돈과 이로 인한 대내외 정책의 불확실성, 그리고 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선 불복이 최악 시나리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가·월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최고 수준의 의료진으로부터 치료에도, 고위험군인 74세의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신속하게 완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자칫 선거운동은 물론 업무수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향후 대선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된다. 15일·22일로 두 차례의 TV토론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혼돈에 빠진 미 대선정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입원으로 더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영역에 놓이게 됐다”고 현 상황을 묘사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하더라도 이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우편투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어 두 후보 중 한 명이 ‘압승’을 거두지 않은 이상 당일 승자·패자가 결정 날 공산은 극히 작기 때문이다. 나아가 양 후보의 불복과 이로 인한 소송, 의회의 관여 등으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미 정가·월가는 ‘혼동의 시기’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미 언론은 현장투표에선 트럼프의 우세를, 우편투표에선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따라서 먼저 결과가 공개되는 현장투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해버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후 우편투표 결과가 나오고 바이든 후보가 전세를 뒤집는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을 선언할 수 있다.
양측의 충돌은 결국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 연방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 초유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강한 반발 속에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을 강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윗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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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가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미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상원의원 100명·하원의원 435명·워싱턴DC배정 인원 3명)이 간접 투표를 하는 방식인데, 만약 선거인단 투표일인 12월14일까지 양 후보 모두 승복을 거부하거나 과반 득표 후보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헌법상 하원이 대통령을, 상원이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게 된다. 대통령의 경우 하원의원 중 각 주를 대표에 50명이 표를 행사하게 된다. 하원 전체의석은 민주당이 많지만, 주별로는 공화당 26개주, 민주당이 22개주여서 트럼프 대통령이 되레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복 논란 속에 법정 공방 가능성이 충분해 미 정가는 ‘혼동의 시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中 때리기 강도 더 세질 듯…이미 증시에 엄습한 불확실성
최악은 이 ‘혼동의 시기’가 최대 수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세계 각국의 수퍼 예측가(superforecaster) 150여명으로 구성된 굿 저지먼트(Good Judgment)의 워런 해치 최고경영자(CEO)는 “11월3일 대선이 있는 주말까지 결과에 승복할 확률은 16%에 불과하며, 추수감사절(11월26일)까지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을 확률은 43%, 추수감사절에서 내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 사이에서야 승자가 나올 확률은 37%”라고 했다. 특히 취임식 날까지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4%라는 게 해치 CEO의 분석이다. 자칫 대통령 승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 뻔하다. 공화당의 조지 W(아들)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 미 대법원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판결을 결정할 때까지 미 금융시장의 겪었던 혼란은 끔찍했다. RBC 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당시 6주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무려 12%나 폭락했다. 증폭된 정치 불확실성은 이미 전 세계 금융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뉴욕증시를 엄습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나스닥 지수는 2.22% 하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3.48% 뛰었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국 때리기’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있다. 도쿄도 스미토모 미쓰이자산운용 나오야 오시쿠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후 중국에 더욱 공격적 성향으로 바뀔까 우려된다”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코로나19 감염 이후 반중(反中)이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 확진 이후 의회 내 추가 부양책 협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점은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州)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며 의회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트윗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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