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인터뷰
역대급 난장판 토론 직후 트럼프 확진까지
"군중집회 강한 트럼프, 치명적 악재 만나"
"바이든 호재이지만…불복 이슈는 여전해"
"트럼프 버티기 나서면 집권 이어갈 수도"
"美 불안은 韓 기회…장기 외교전략 절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치명적인 악재를 만났지만 ‘불복 이슈’는 그대로 살아 있다”고 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
[뉴저지=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정말 이런 미국 대선은 처음이네요.”
미국 정치 현장을 25년간 지킨 김동석(62)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데일리는 ‘역대급 난장판’이었던 대선 TV 토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이른 오전 뉴저지 포트리에 위치한 김 대표의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 2일 새벽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메가톤급’ 변수가 등장했다. 다시 전화통화를 통해 그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는 1985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6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설립하며 미국 내 한인들의 정치 적 지평을 넓히는데 앞장서면서 미국 정치권과 인연을 맺어 왔다.
“트럼프 치명적 악재…결과 예단은 일러”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여파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국가원수’ 트럼프와 ‘대선후보’ 트럼프다.
김 대표는 “대선과 관계없이 한 국가의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인 자체로 국가 지도력의 위기”라며 “특히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비밀이기 때문에 앞으로 주치의가 알리는 정보로만 판단해야 할 텐데, 국정 운영이 깜깜이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선을 한 달 앞둔 가운데 후보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악재를 만났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대선 후보는 최소 4년은 국가를 이끌고 갈 사람”이라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올려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여론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일부 주들은 이미 대선 우편투표를 포함해 조기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집배원이 투표용지를 각 가정에 우편으로 보내고, 이를 다시 거둬들이는 과정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74세의 고령이니 오는 15일 2차 TV 토론 전까지는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군중집회를 통해 열혈 지지층을 움직이고 ‘샤이 트럼프’를 나오게 해 바람을 일으키는 스타일이어서 치명적인 악재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대놓고 웃지는 못하지만 호재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확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악화하지 않는 한 ‘불복 이슈’는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진단했다. 두 후보가 우편투표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백악관에서 버틸 경우 선거 결과는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보수 색채가 강해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작지 않다.
게다가 우편투표의 부정 소지가 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김 대표는 “엄중하게 관리해야 할 투표용지를 집배원이 뿌리고 다니면 관리가 잘 되겠냐”며 “이미 최근 뉴욕에서 그런 사례가 실제로 나타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 쓰일 부재자 투표용지 중 무려 10만장이 잘못 인쇄돼 발송됐다.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하나님도 모른다”며 “과거 대선을 보는 식의 판단은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보일 정도로 이미 난장판”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이 빠르게 호전돼 2차 토론에 등장할 경우 반전을 기대한다는 말도 들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1차 TV 토론에 대해서는 “트럼프는 원래 저런 사람이고 바이든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는 걸 확인한 토론”이라며 “세금을 내고 있는 미국 시민들은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美 불안정은 韓 기회…장기 외교전략 절실”
중요한 건 한국의 대처다. 김 대표는 “미국 권력층이 이렇게 불안정할 때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정책이라는 게 5년 임기 대통령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더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중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게 경쟁력”이라며 “그런데 미국 정가 내에서 한반도 이슈는 현안 10위 안에도 들어오지 않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바이든 캠프를 보면 아시아 정책은 곧 중국 정책”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 한국의 외교적 존재감은 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두 캠프 모두 대외접촉 금지령을 내려, 한국 외교당국이 정보 수집 등에 있어 이전보다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은 풍랑을 만나도 휘청이지 않는 항공모함 같다”며 “한국은 주요 국제적 현안에서 미국의 국익과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에 굴복하자는 게 아니라 한국의 논리를 만들어 미국을 설득함으로서 양국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김동석 대표는…
△1958년 강원도 화천 출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뉴욕시립대 정치학과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국민훈장 동백장 △미국 의회 인권상 △엘리스 아일랜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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