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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행보 후 국회 돌아온 이낙연 "공수처·규제3법 늦춰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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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2일 충북 청주시 SD바이오센서를 방문해 코로나 신속 진단키트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당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인 이 대표의 추석 행보 중 권양숙 여사 예방을 제외하곤 유일한 지방 일정이었다. 왼쪽부터 오영훈·도종환 민주당 의원, 이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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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서울경찰청 기동대→코로나 진단키트 공장→국립민속박물관→버스회사→취약계층 공부방.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추석 연휴 닷새 일정은 빠듯했다. 추석 당일인 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 것을 시작으로 4일 서울 마포구 한 공부방에 들러 장애인·한부모 가족 등의 어려움을 듣기까지 연휴 첫날(지난달 30일)을 뺀 나머지 나흘을 꽉 채웠다. “본격적인 대선행보”(수도권 초선 의원)란 당내 평가다.

5일 국회로 돌아온 이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맞는 처음이자 마지막 정기국회의 목표를 3가지로 정리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공정경제(기업규제)3법, 이해충돌방지법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는 정쟁해도 우리는 정책으로, 상대가 공세를 취해도 우리는 민생으로 대처했으면 한다”고 했다. 발언을 지켜본 한 여권 인사는 “대선 주자로서의 자격과 명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정기 국회에서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5개월 남짓한 잔여 임기 동안 이 대표가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한 유일한 길은 야당과의 협치뿐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다. 당장 야당은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 사살 사건,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무혐의 처분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보이고 있는 뒤끝,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출국 논란 등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일 태세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정치 공방 과열돼 어렵게 형성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소통이 끊기면 이 대표가 세팅한 입법 목표들이 표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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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가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수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했다. 이 대표 측 인사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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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에서도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다가가 짧지 않은 귀엣말을 나눴다. 주제는 공수처 출범과 기업규제 3법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을 만난 뒤 3시간여 만에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있었다. 잘 진척시키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표현을 함축적으로 쓰는 대표 성향상 ‘공수처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는 김 위원장 확답을 받은 거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그러나 야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을 내더라도 이들이 처장 후보에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면 공수처 출범시기는 무한정 늘어질 수 있다. 야당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놨지만 “공수처는 검찰·경찰의 상위기관이 아니다”(대법원), “행정기관 직무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경찰청)는 등 기본 법안에 대한 유관 기관의 반대 의사가 뚜렷한 상황에서 강행처리가 쉽지 않다. “속도전에는 이미 발목 잡힌 셈”(한 당직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는 일단 한 발짝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야당 협조를 끌어내는 데 주력하면서 개정안 논의도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도 큰 틀에서 동의한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선 재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당내에서도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 단계적 입법을 통한 기업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김진표 의원)는 속도조절론이 표출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각론으로 들어가면 만만찮다.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된 이유가 왜 없겠느냐”라고 했다. 6일 이 대표가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유플러스·롯데지주·한화솔루션 등 6대 그룹 대표와 만나는 것도 재계와의 갈등 조정을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재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정해야 파트너인 김 위원장도 야당 내에 그립과 명분이 생길 수 있다”며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선 두 사람 사이에 이미 공동전선이 생긴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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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감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을 독려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선 "의원들의 잘못된 주장은 의연하게 시정하라"고 했다. 왼쪽엔 김종민 최고위원, 오른쪽엔 염태영 최고위원.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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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시계는 더디지만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내년 재보선 시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후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민주당도 최근 실무 점검에 나섰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재보선 공천 여부에 대해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지난달 23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던 이 대표는 취임 이후엔 아직 말이 없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번에 빼앗기면 다음엔 가져오기 더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지만 아직 이 대표가 의중을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인사는 “11월 안에는 공천 여부와 방법 등에 대한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 마냥 늦출 수 없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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