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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와 격차 벌리는 바이든...증시는 바이든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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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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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사진제공=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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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바이든의 당선이 미국 증시엔 썩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이 공약한 증세 정책이 기업 순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 랠리를 주도해 온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술공룡들이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바이든의 당선이 올해 연말 미국 증시의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11월 3일 선거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확인되면 12월 전 차익실현을 벼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배경은 바이든의 증세 공약에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낮춘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복구시키고 기업들의 국외수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연간 100만달러(약 11억64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는 양도소득과 배당소득 세율을 20%에서 39.6%까지 높인다고도 공언했다. 기업과 주식 투자자 모두에게 세금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바이든의 증세 정책은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의석 중 약 3분의 1인 35석과 하원 의석 435석 전체가 새 주인을 찾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증세 정책이 기업 순익에 타격을 입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바이든표 증세가 이행될 경우 S&P500 기업들의 순익이 9.2%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통신서비스, 정보통신(IT), 재량소비 업종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질 것으로 예측됐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술공룡들의 경우 순익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리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해외수익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기술업종의 국내 매출 비중은 43.5%로, S&P500 평균인 60.3%보다 낮다.

올해 증시 회복을 견인한 기술공룡이 급락하면 시장 전반의 랠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튼반스의 에디 퍼킨 최고 주식투자책임자는 "증세 공포에 따른 매도세는 기술주 같은 모멘텀 주식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이며 11월과 연말 사이에 S&P500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젠트애틀랜틱의 크리스 코다로 수석투자책임자(CIO) 역시 "민주당이 선거를 휩쓴다면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오름폭이 컸던 종목부터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발 시장 붕괴 후 증시 반등은 기술거인들이 '멱살 잡고 이끈 랠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에만 69% 치솟았고, 애플은 51%, MS는 31% 각각 뛰었다. 페이스북은 27%, 알파벳은 8.7% 올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바이든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같은 재정지출 정책이 증세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회복이 빨라지면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의 경제 공약이 실물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회복 기대가 커진다면 올해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저평가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해 한층 건전한 상승장의 토대가 마련될 수도 있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자산관리 CIO는 WSJ에 "증세로 인한 피해는 일부 기업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종목 순환이 가속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산업, 원자재, 금융주를 매수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격차를 더 벌려놨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1차 TV토론 후 실시한 NBC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지지율 53%를 기록, 트럼프를 14%p 차이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전 조사 당시 8%p에서 더 벌어졌다.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역시 바이든에 호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의 유세 일정에 제동이 걸린 사이 바이든은 주요 경합주를 돌면서 표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주요 경합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에서도 우위를 점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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