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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北 전직 외교관 조성길

2년만에 노출된 北조성길…남북관계 파장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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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8년 11월 망명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는 황장엽 대남비서 이후 북한 최고위급의 한국행이어서 남북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 대사는 업무 특성상 북한 최고 권력층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로열 패밀리의 사치품 루트도 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조성길 전 대사 망명은 2011년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처음 있는 북한 재외공관장의 탈북이라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전 북한 주영국 공사)은 조 전 대사에게 "서울로 오라"며 공개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는 2018년 9월 이탈리아 정부가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문정남 주이탈리아 대사를 추방하면서 그를 이어 대리대사직을 수행했다. 조 전 대사대리가 망명한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 재외공관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바치는 상납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보 당국은 조 전 대사에 대해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관계를 고려해 조 전 대사의 한국행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에 앞서 국내 한 방송에서 조 전 대사가 국내에 정착한 사실을 먼저 보도한 것을 두고 최근 외교안보 분야 실책을 덮기 위해 정부가 조 전 대사 신변에 대해 일부러 기밀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중 휴가연장 문제에 이어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의 서해상 총격살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미국 여행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부와 여당에 악재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 전 대사가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그의 딸을 비롯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2월에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초 조 전 대사가 잠적하자 제3국 망명지로 유럽 어느 나라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우선 조 전 대사가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다 북한 외교관이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면 유럽연합은 외교관 출신인 점을 고려해 거처를 마련해주고 직업을 얻을 때까지 생활보조금과 건강보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 전 대사의 한국 망명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비밀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한국으로 망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조 전 대사는 실제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잠적한 지 약 8개월 후인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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