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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민생보다 정치 택한 트럼프... 코로나 경기부양 협상 전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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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진행하던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
"대선 이후로 연기… 당선되면 즉시 통과"
뉴욕 증시 일제 하락 "경기회복 위험" 여론
한국일보

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퇴원한 후 백악관에 도착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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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결정은 ‘민생보다 정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흘간 입원 치료를 받고 온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을 중단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더딘 협상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후임 연방대법관 인준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 지지층을 확실히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추가 경기부양안) 협상팀에 협상을 대선 때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내가 당선된 직후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 “불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는 비난도 잊지 않았다.

협상 중단 이유는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에게 한 요청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매코널에게 “시간을 끌지 말고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에 완전히 초점을 맞춰 달라”고 주문했다. 지지부진한 경기부양 협상에 힘을 쏟느니 대법관 인준 같은 표심이 확연히 갈리는 사안에 당력을 모아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돌발 결정에 증시는 폭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0% 하락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도 1.57% 떨어졌다. 추가 경기부양안 불발로 경기회복 속도가 더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CNN방송은 경기부양안 협상 중단을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여전히 실직 중이고 많은 중소기업과 주요 항공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들 중 누구도 연방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수 경제학자들조차 신속한 경기부양안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경기악화를 우려하는 비판 여론은 커졌다. 트럼프 재선을 지지하던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교수마저도 일간 워싱턴포스트에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다”며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회복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역시 트럼프의 협상 중단 지시 선언 직전 한 강연에서 추가 부양책 타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현재 시점에서 (부양책이) 과잉으로 초래할 위험성은 작다”면서 강력한 재정 정책 필요성을 피력했다.

트럼프 재선을 위한 정치적 결정은 공화당 의원들도 당황하게 했다. CNN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펠로시 하원의장이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다는 희망으로 며칠 동안 제안서를 교환하고 협상을 해왔다”며 공화당도 의아해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약세지만 재선에 출마한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골칫거리”라고 분석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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