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선거 프로젝트(United States Elections Project) 중간 집계 결과를 인용해 4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선거인단 사전 현장 투표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는 2016년 같은 기간(7만 5000여 명)의 50배가 넘는 숫자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를 이끄는 플로리다 대학의 마이클 맥도널드 교수는 "지금 상태로만 봐서는 올해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65%인 1억 5000만 여명이 투표에 나설 것으로 추정되며, 이렇게 되면 1908년 이후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숫자는 31개 주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사우스다코다 주에서는 사전 현장 투표가 2016년 대선 투표 전체의 23%에 달했고, 버지니아 주는 17%, 위스콘신 주에서는 15%정도다. 맥도널드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사전 현장 투표가 시작되고 다음 주에 부재자 우편 투표도 진행되면 조기 투표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선거인단 투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조기 투표에 해당하는 사전 현장 투표와 우편 투표, 그리고 공식 선거일에 이뤄지는 당일 현장 투표가 있다. 사전 현장 투표는 주 별로 지역 정부가 기간을 정할 수 있고, 공식 선거일 투표가 마무리된 후 함께 개표한다. 우편 투표는 특히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유권자에 한해 실시됐지만 올해는 뉴저지 주 등 일부 주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우편 투표 위주로 선거를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사전 현장 투표는 대선 선거인단 공식 선출일(11월 3일)로부터 통상 4주 전 각 주 별로 시작된다. 미국 선거제도에 따르면 일반 유권자들은 11월에 대통령 선거인단(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한 각 주 대표 선거인들)을 뽑는다. 유권자들이 뽑은 선거인단은 오는 12월 14일 대선 후보 투표에 나선다.
올해 사전 현장 투표 열기가 두드러지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 여파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 찬반 대립이 일찌감치 부각된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 탓에 선거 당일 투표소가 붐비는 것을 피해 미리 투표에 나서면 사전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15총선 당시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26.69%)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송 지연·조작 가능성' 등 우편 투표 불신 논란을 일으키며 선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자 유권자들이 아예 사전 현장 투표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맥도널드 교수는 "올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전 현장 투표에 나선 적이 없었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가 확실한 유권자들이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해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공화당) 대통령이 경쟁 후보인 조 바이든(민주당) 전 부통령보다 뒤쳐져있다. 공화당원들은 선거일 현장 투표를 선호하는 반면 민주당원들은 조기 투표(사전 현장 투표와 우편 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58%는 조기 투표에 응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공화당원은 40%였다. 미국 전역 민주당원의 5%가 이미 투표했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원은 2%에 그쳤다.
실제로 미국 선거 프로젝트가 미국 7개 주 우편 투표 상황을 분석한 결과 우편 투표에 나선 민주당원이 공화당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후보가 박빙 구도를 보이는 '경합 지역' 플로리다 주를 예로 들면 민주당 소속 유권자 240만명 이상이 우편 투표를 신청해 이 중 28만 2000명이 투표 용지를 선거 당국에 회신한 반면, 공화당 소속 유권자들은 170만명이 신청해 이 중 14만5000명만 회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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