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금지 어긴 것"…자의적인 적용 비판도
답변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 힘) 의원의 자녀 특혜 의혹과 관련한 수사진행 상황을 공개해 논란을 낳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의 법무부 국정감사 도중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나 전 의원 수사에 관해 질문하자 "(압수수색 영장 기각) 이후 서울대병원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해서 발부됐고. 9월 29일 압수수색을 했다"고 답했다.
또 "성신여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신 의원이 압수수색 여부를 질의하지 않았음에도 압수수색 사실을 공개하고 향후 수사 계획까지 노출한 셈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서울대병원과 SOK를 압수수색한 것은 추 장관 발언으로 처음 알려졌다.
이에 추 장관은 국감 도중 야당 의원들로부터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욱이 현 정부나 여당에 유리한 수사상황만 공개해 "선택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는 비판도 받았다.
국감 중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나 옵티머스 펀드사기 의혹에 관한 질의에는 "검찰 수사 중"이라며 답변을 피해간 탓이다.
추 장관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국회 법사위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내용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하명수사 · 선거개입' 공소장 비공개 논란 (PG) |
피의사실 공표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선 이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추 장관 본인도 지난 2월 야당 의원들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내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날짜를 공개하고 향후 수사 계획도 밝히는 것은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라며 "수사 진행상황을 공개하려면 형사 공보준칙에 따라 수사심의위에서 공개 여부를 심의받아야 하는데 추 장관이 이를 따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법무부 장관이 어긴 것"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사실 공표 금지라는 카드를 들고 필요할 때마다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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