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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힘 쎄진 '동학개미'... 증시·정책·출판계까지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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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열풍에 8월까지 신규계좌 1100만개↑

달라진 자금력, 증시 주도하며 현금 챙겨가

동학개미 눈치보는 국회, 대주주 요건 압박

'주식은 치트키', 9월 주식도서 판매 375%↑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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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폭락한 증시를 일생일대의 재산 증식의 기회로 판단하고 증시에 대거 입성한 ‘동학개미’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올 8월까지 신규 주식계좌가 1,100만개 불어나며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개인 투자자의 입김이 세진 덕분이다. 주식시장은 물론 정치권을 너머 문화계까지 동학개미의 존재감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주식 활황에... 8개월간 주식계좌 1100만개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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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신규 주식계좌는 1,100만3,462개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증가한 계좌가 452만3,548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해가 채 가기도 전에 오름폭이 2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17만건 넘게 늘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그간 주식을 외면했던 20대의 계좌도 287만개 가량이 늘었다. 연초부터 올해 8월까지 누적 증권계좌는 1,069만개가 늘었다.



주식시장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개인'

국내 주식시장에 물밀 듯 유입된 개인은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은 꼭지에 사며 기관의 물량받이’가 된다는 세간의 비아냥거림도 통용이 어려워졌다. 개인은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로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웠고, 지수가 빠지면 ‘저가매수’의 기회로 판단해 적극 매수하고 반대로 오르면 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증시 주도권을 잡았다.

개인은 향후 신경제 엔진으로 평가받는 성장주를 대거 매수했고 증권업계에서는 개미가 끌어올린 주가에 맞춰 목표주가를 새로 산출하는 일도 나타났다. 개인은 코스피가 바닥을 다진 지난 3월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NAVER(순매수액 1조,6,730억원), 카카오(1조4,989억원), SK바이오팜(7,884억원), 삼성SDI(5,593억원) 등 성장주를 주로 공략했다. 인터넷 플랫폼, 2차전지, 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급등하며 기존 밸류에이션 산정 방식으로 주가가 설명이 불가능해지자, 주가가 먼저 오르면 뒤늦게 목표가가 수정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개미에 제대로 찍힌 LG화학, 실적 선공개 약발 '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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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종목 단에서도 개인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달 배터리 사업부의 분사 추진 소식이 알려진 후 동학개미에게 제대로 찍힌 LG화학는 주가 상승 동력이 크게 꺾였다. 2차 전지 사업부의 성장성에 베팅한 투자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분할 방식으로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물적분할’을 택한 것이 분노를 산 원흉이 됐다.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진 직후 2거래일 동안 LG화학의 주가는 11% 이상 급락했고 현재까지 고전하고 있다. LG화학은 뿔난 동학개미를 달래기 위해 이달 12일 처음으로 분기 실적 잠정치를 선공개까지 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현대차의 배터리 화재와 맞물리며 투자자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는 부족한 모습이다.



동학개미 눈치보는 정치권... 대주주 요건 완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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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위상이 달라진 동학개미를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9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될 예정이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금융당국은 6개월 추가 연장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양도차익이 과세되는 대주주 기준 요건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는 방안을 두고 여당이 이례적으로 야당과 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정부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여론과 국회의 공세에 정부는 3억원 하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세대 합산을 없애고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는 ‘대주주 요건 확대를 유예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동학개미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해임 요청’ 글을 게재하면서 정치권에 ‘대주주 요건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해당 청원에 10만4,000여명이 참여했다.



9월 주식 서적 판매 375% 급등... '주식서적은 치트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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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 들면서 출판업계는 주식 관련 콘텐츠 제작에 분주한 모습이다. 온라인 서점 YES24에 따르면 올해 9월 주식 분야 도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75.5% 급증했다.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도 작년 동기 대비 272.5% 늘어났다. 이렇게 주식 관련 서적 판매가 급증하면서 인문학 서적에 주력하는 출판사까지 경영경제 관련 도서 출시에 나서고 있다. 한 출판업계 종사자는 “최근 주식 관련 서적은 출판업계의 ‘치트키’”라며 “문학 서적을 주로 출판하고 있음에도 최근 재테크 관련 서적을 출판하려 작가와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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