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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냐 보복이냐'…16년 무역갈등 새국면 접어든 美·EU 항공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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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EU에 40억달러 대미 보복관세 승인

관세 부과 대신 협상 나설 듯…WSJ "협상 혹은 무역전쟁 선택기로"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에 대한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국제무역규정 위반으로 인정하고 유럽연합(EU)에 연간 40억달러(4조590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이 항공기 무역갈등을 벌인지 16년만에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EU는 지난해 WTO가 미국에 EU를 상대로 75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이미 승인한 만큼 관세 부과 보다는 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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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TO는 미 정부가 보잉에 불법보조금을 지급했다며 EU에 연간 39억9000만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권한을 부여했다. EU는 보잉 항공기 뿐 아니라 블루베리, 트랙터, 고구마, 땅콩 등 다른 미국 상품 수입에 추가 관세 부과가 가능해졌다.


이번 판정은 16년간 이어져온 미국과 EU의 무역분쟁 타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양측의 항공기 보조금 갈등은 WTO 출범후 역사상 가장 긴 분쟁사례로 꼽힌다. 에어버스가 처음으로 출하 규모에서 보잉을 제치자 보잉은 EU의 항공기 보조금 지급 문제를 걸고넘어져 220억 달러의 보복 관세를 요구했다. EU 역시 WTO에 미 정부도 보잉에 불법보조금을 줬다며 230억달러의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게 해달라고 맞대응했다.


WSJ는 "이번 결정은 양측이 수 년 간 이어져온 소송과 맞소송을 끝내고 협상과 무역전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판정에 희비를 보이면서도 협상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EU는 WTO의 판결을 환영하며 당장 보복관세로 맞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조치와 대응은 피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수밖에 없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관세 부과 가능성도 시사했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제 대서양 양쪽에서 관세가 철폐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원만한 합의의 뜻을 내비쳤다.


미국도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보잉에 대한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이미 폐지됐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미국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복원하기 위한 EU와의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적극적인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민간항공기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파격적인 보조금을 무기로 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간 협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관세부과는 양측 모두에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AFP통신은 "미국과 EU가 협상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전망을 낙관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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