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외환 선물 증거금 2년 만에 폐지 등 위안화 강세에 급제동
트럼프 대선에 온통 신경 쓰자 마음 놓고 환율 통제
중국 상하이 역내위안화 시장 달러·위안 환율 추이. 14일(현지시간) 오후 2시 15분 현재 6.7441위안. 출처 블룸버그 |
‘달러 약세’를 옹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 올인 하느라 환율에 소홀한 틈을 타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에 ‘고무줄’ 개입을 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0.0177위안 오른 6.7473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0.25% 평가절하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수개월 간 가파르게 오르자 그동안 방관하는 자세를 보였던 중국 인민은행이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국경절 연휴가 끝난 직후인 9일에 전날보다 1.4% 오른 6.6947위안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일일 상승률로는 2005년 8월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이었다.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지난 3분기 3.8% 올라, 분기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빨리 벗어나 순조로운 경기 회복세를 보인 것이 위안화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9% 늘었고, 내수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수입은 13.2% 급증해 시장 전망인 0.3%를 크게 웃돌았다.
앞으로도 중국의 경기 회복은 순탄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1.9%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하고 내년에는 8.2%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승리를 거둬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도 위안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의 대선 승리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밝은 뉴스가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화에 대해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1년 안에 6.50위안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다시 환율 통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위안화 강세의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시장의 변동성을 참지 못해 고삐를 조이려는 것이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입 비용이 줄어들지만, 수출 비용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등 실물경제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지난 10일 인민은행은 “11일부터 외국 통화 매입 시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증거금(거래액의 20%)을 폐지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2018년 위안화 급락을 막고자 도입한 지 2년 만이다. 증거금이 폐지되면 그만큼 위안화를 팔고 외환을 매입하는 비용이 줄어 강세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 약세를 지지하며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다. 심지어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지지율에서 바이든에게 밀리는 상황인 만큼 위안화 가치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이에 중국이 대놓고 환율 통제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위안화가 안전자산 지위를 얻으려면 중국이 금융시장의 더 많은 유동성을 허용하고 자본계정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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