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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공모주 환불금 잡아라”… 저축은행들 예금금리 줄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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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공모주 청약 잇따라

이탈했던 예금 다시 유치 나서

0.2∼0.3P% 올려… 최고 2.1%

OK저축 “해지해도 약정이율”

세계일보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공모주 청약 붐으로 빠져나갔던 대규모 자금 흡수에 나섰다. 최근 몇 달 새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공개(IPO)가 대흥행을 거두며 몇십조원의 자금이 공모주 청약에 몰린 바 있다. 저축은행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거 이탈했던 예금들을 높은 금리로 다시 유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5일 처음 상장한 빅히트의 청약 환불금은 58조원에 달해 이 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기존 판매 상품인 ‘중도해지 OK정기예금369’의 금리를 연 1.8%로 0.3%포인트 올려 이달 한 달간 특별판매에 들어갔다. 특판에 힘입어 이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550억원 증가했다. 이 정기예금은 3년 만기 상품이지만 가입한 다음 날 해지해도 중도해지 불이익을 없이 약정 이율을 모두 적용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가입 금액은 10만∼30억원이며 약정금리는 3개월마다 바뀐다. 금리가 내려가면 바로 해지해도 되고, 이전까지 받은 금리는 챙길 수 있어 대응이 쉽다는 게 OK저축은행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은 10월 특판을 내놓으면서 공모주 청약 환불금 보관용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환불금 등이 단기자금 시장에 대거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판을 마련했다”며 “이 상품은 공모주 청약 대기 자금이나 환불금을 짧은 시간에 운용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이달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65%에서 연 1.95%로 0.30%포인트 올렸다. 기업대출 위주로 영업하던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앱) ‘뱅뱅뱅’을 출시하며 개인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비중을 동일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며 “최근 늘어나는 단기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개인고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13일자로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했다. 온라인·모바일로 가입하면 최고 연 2.1% 이자를 받을 수 있다. SBI저축은행도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정기예금 금리를 총 0.30%포인트 올렸다.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연 2.0%까지 적용된다.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 인상에 입출금통장을 ‘파킹통장’으로 홍보하며 예금을 유치하는 이유는 공모주 청약 환불금 유치를 위함이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예금을 빼거나 마이너스 통장의 돈을 증권사 계좌로 돌렸던 돈은 청약 이후 원래 있었던 은행 예금이 아닌 증권계좌에 그대로 남겨두고 투자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삼성증권에서 카카오게임즈에 청약한 개인 중 환불금을 은행으로 돌린 고객은 10%가량 남짓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늘어난 신용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저축은행들이 여신 여력을 확보해둘 필요도 있다. 저축은행들도 올해부턴 예대율 규제에 따라 예금의 110%까지만 대출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모주 청약 환불금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예금을 많이 유치해야만 대출도 많이 집행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붐이 일어난 이후 저축은행 수신이 많이 이탈했다. 다시 자금 보관용으로 높은 금리를 내걸어 저축은행으로 예금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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