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서 공개된 ICBM이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 의문 / “ICBM 연료 주입하는 데만 최소 12시간부터 최대 18시간 소요…즉각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열병식에서 여러 가지 신형 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ICBM은 화성-15형이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뉴스1 |
미국 내 북한 전문가가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4A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실전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신형 미사일의 엄청난 규모에 비해 느린 이동성, 도로 환경, 연료주입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다”고도 평가했다.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15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열병식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ICBM 발사 시험을 하거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상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11월 미국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2~3개월간 미국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게 된다”며 “그때 북한은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정책을 검토할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도발에 나설지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신형 ICBM에 대해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의 신형 ICBM에) 2~3개 정도의 핵탄두를 탑재했다고 가정한다면 미국의 2~3개 도시, 혹은 미 전역을 타격할 역량과 잠재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공개한 대규모 미사일과 이동식이라는 요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공개한 대규모 ICBM에 연료를 주입하는 데만 최소 12시간부터 최대 18시간이 소요된다.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식 무기의 강점은 사전에 발각되더라도 요격당하지 않도록 빠르게 감출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운반 차량은 한 시간에 고작 몇 ㎞의 이동이 가능하다. 북한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ICBM이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자정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열고 신형 ICBM과 ‘북극성-4호’ SLBM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600㎜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등도 실물을 공개했다. 이들 전술 무기는 종전에는 발사 사실이나 사진으로만 공개된 것으로, 영상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열병식 맨 마지막에 등장한 신형 ICBM은 11축 22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렸다. 종전 ‘화성-15형이 9축 18륜 TEL에 실리는 21m 길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총 길이가 23∼24m로 추정된다. 직경도 확대돼 사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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