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5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 시위대 몰려든 한인상점 사연 소개
창고업무 흑인 직원이 위협에 맞서 “그들은 좋은 주인과 있다는걸 몰라”
상점 주인 “창업 노하우 전수중”
미국 시카고에서 미용용품점을 운영하는 나용섭 씨(위쪽 사진 오른쪽)와 직원 크리스털 홈스 씨. 5월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 당시 가게가 약탈당하자(아래쪽 사진) 홈스 씨가 시위대에 맞서고 가게를 함께 복구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
“당신은 흑인인데 왜 우리가 아닌 한국인 사장 편을 들지?”
올해 5월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서 한국계 미국인 나용섭 씨(65)가 운영하는 미용용품 상점 ‘웨스턴 뷰티 서플라이’에 흑인 시위대가 들이닥쳤다. 같은 달 25일 인근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 누르기로 숨진 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발발하자 일부 시위대는 이를 방화 및 약탈 기회로 삼았다.
나 씨의 가게에 몰려든 시위대는 단순한 절도를 넘어 물리적 폭력까지 가하려고 위협했다. 이때 창고 관리 업무를 맡은 흑인 여성 직원 크리스털 홈스 씨(40)가 나 씨 대신 시위대와 맞섰다. 홈스 씨는 나 씨를 대피시킨 후 시위대에 “문을 열어주겠다. 유리창을 부수거나 훼손하지 말고 물건만 가져가라”고 시위대를 설득했다. 그런데도 시위대는 결국 창문을 부수고 가게에 진입해 약탈을 일삼았다. 시위대가 물러간 후 나 씨와 홈스 씨는 엉망이 된 가게를 함께 청소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 시간) 두 사람의 사연을 조명하며 ‘인종을 초월한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치하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례에서 보듯 소수인종인 한국계와 흑인의 사이가 썩 좋지 않은데도 두 사람이 감동을 선사했다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국인 사장과 또 다른 ‘드림’을 꿈꾸는 흑인 직원 사이의 상생”이라고 평가했다.
홈스 씨는 “나 역시 다른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도둑질을 했다고 의심받은 적이 있지만 나 씨의 가게는 다르다. 흑인 고객들도 자유롭게 물건을 둘러볼 수 있다”며 “누군가는 왜 한인을 위해 그렇게 열심이냐고 묻지만 그들은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과 일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홈스 씨는 매주 일요일 아예 사장인 나 씨 대신 직접 가게를 보고 있다.
20대 후반에 이민을 택한 나 씨는 작은 신발가게, 의류업체 등을 거쳐 2014년부터 ‘웨스턴 뷰티 서플라이’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홈스 씨에게 더 애착이 간다는 그는 “몇 년 안에 은퇴할 생각인데 그 전에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돈, 저축 방법 등을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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