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비판하기 위해 또 힐러리 소환
2016년 승리가 재현되길 기대하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바이든에 비하면 힐러리는 아마추어였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겨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비교하며 “힐러리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후보에게 뒤졌음에도 본선에서 승리를 일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부패 정치꾼 조 바이든은 사기꾼 힐러리조차 아마추어처럼 보이게 만든다(Corrupt politician Joe Biden makes Crooked Hillary look like an amateur)”고 적었다. 한마디로 그동안 힐러리 전 장관이 제일 나쁜 ‘프로급’ 정치꾼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바이든 후보야말로 최악의 부패 정치인이고, 그에 비하면 힐러리 전 장관은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힐러리 전 장관을 ‘소환’해 바이든 후보와 비교한 건 자신이 힐러리 전 장관과 맞붙었던 2016년의 상황이 이번에도 재연되길 바라는 마음의 발로로 풀이된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각각 공화당 및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대선은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했지만 대체로 힐러리 후보가 지지율 면에서 줄곧 앞서나갔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도 힐러리 후보 당선을 예측했고,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3∼2001년 재임)에 이은 미국 역사상 첫 ‘부부 대통령’의 탄생을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州)에서 신승을 거두며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은 직선제가 아니고 간선제다. 국민투표로 선출한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모여 대통령을 뽑는 구조다. 국민투표에선 힐러리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선거인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이 확보함에 따라 승패가 결정됐다.
2016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세계일보 자료사진 |
4년이 지난 현재도 그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경합주의 막판 표심이 최대 관건이다. 근소한 차이라도 경합주에서 일단 승리한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눈길을 끄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뚝 떨어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대처에 실패했음을 자기 몸으로 보여줬다’는 비판론이 우세했으나 치료 개시 후 열흘도 안 돼 완치 판정을 받고 유세 현장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간 승리’라는 응원도 쏟아지는 형국이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후보 캠프가 2016년 대선의 쓰라린 경험을 떠올리며 지지율 우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속단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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