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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40대 택배기사, 생활고ㆍ갑질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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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택배기사 숨져
유서 3장에 "200만원도 벌지 못해" 사연 남겨
대리점 반대로 일 그만두지도 못해
한국일보

20일 서울 시내의 한 물류센터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물건을 나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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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들이 과로를 호소하다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생활고와 대리점의 갑질에 내몰린 택배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11번째 택배노동자의 사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20일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오늘(20일) 새벽 3, 4시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택배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고용부 차원에서 국토부와 함께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택배기사 A(50)씨가 자신이 일하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씨는 택배를 시작하면서 할당 받은 구역에 대한 권리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약 800만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매월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에 불과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A씨가 자필로 작성한 유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유서에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 시험(화물운송종사자자격증), 차량 구입, 전용 번호판까지 구입했지만 현실은 시급(최저임금)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며 "차량 구입 등 투자한 부분이 있음에도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 이것 저것 빼면 한 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을 사주지 않고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대리점의 횡포를 비판했다.

그는 또 유서에서 "이런 구역은 소장(기사)을 모집하면 안 되는 구역임에도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이라며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수익이 예상보다 적어 일을 그만두려 했으나, 대리점의 반대로 이조차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노동자는 월 평균 458만7,000원을 벌지만, 대리점에 내는 각종 수수료와 차량 보험료, 차량 월 할부 비용을 빼고 나면 실제 소득은 월 234만6,000원에 그쳤다.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71.3시간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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