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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사설] 만행에도 北 지원·판문점 견학 재개, 대한민국 정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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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항만공사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비밀리에 북측과 접촉하며 북한 나진항 개발사업 협력을 논의해 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실이 입수한 ‘나진항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협력 의향서’ 등 부산항만공사 내부 문건들에 따르면 공사는 중국 회사인 훈춘금성해운물류유한공사와 나진항 개발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의향서에는 “훈춘금성이 나진시·나진항 당국과 논의한 사항을 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상호 결정한다”는 내용과 함께 각사의 비밀유지 조항도 담겨 있다. 작성 날짜는 지난 8월27일이다.

공사의 나진항 개발 지원 추진은 내용과 시기 모두 부적절하다. 유엔의 대북제재 등으로 대북 투자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쉬쉬하면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했으니 우리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증폭될 것이다. 더욱이 의향서가 만들어진 건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지른 지 불과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와 피해 보상을 요구해도 모자랄 판에 비밀리에 대북 지원을 추진한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공사가 정부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통일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1년 남짓 중단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을 다음달 4일부터 재개키로 한 것도 성급한 결정이다.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및 시신 소각 사건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북한은 재발방지 약속은커녕 우리의 공동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견학을 재개하면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북한이 아무리 끔찍한 만행을 저질러도 도와주지 못해 안달하는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고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북한의 오만과 오판을 부추길 뿐이다. 언제 대북 환상에서 벗어날 것인가.

한심한 건 군과 해경도 마찬가지다. 17일 우리 소형어선이 항로 착오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복귀했지만 해경은 까맣게 몰랐고, 군은 늑장 조치를 했다. 어선이 조업한계선을 넘으면 곧바로 제지해야 하는 임무를 방기했다. 어선이 북한군에 나포됐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군과 해경은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에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이래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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