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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건강] 시험이 아닙니다…건강검진, 평소 컨디션으로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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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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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0년도 약 70일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19 공포'로 '호모마스쿠스(Homo Maskus)'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자주 손 씻기,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하면서 건강을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실외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웬만하면 참고 지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말이나 연초에 받는 건강검진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 소장(가정의학과 교수)은 "나의 건강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건강검진"이라며 "검진을 받고 혹시 질환의심 및 질환이 발견됐다면 적극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수검자 중 53.9%가 질환의심 또는 유(有)질환자로 판정받았다. 박 소장은 "올 한 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건강하게 맞이하려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시행하는 검사항목, 검진센터 고르는 법, 국가검진과 종합검진 차이, 6대 암 검진, 검진 시 주의사항 등 건강검진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숙지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진 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

검진 전에는 문진표 작성을 꼼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문진표는 검사결과가 나왔을 때 판정의사가 추적검사 및 진료 여부를 권유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그리고 검진결과지가 '정상' 소견이더라도 증상이 있으면 해당 진료를 받도록 한다. 건강검진으로 모든 질환을 100%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진은 평소와 같은 컨디션으로 받는다. 좋은 검사결과를 얻기 위해 검진 전에 평소보다 술도 덜 마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조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평가해서 건강관리에 더욱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검진 전날 저녁은 가볍게 먹은 후 다음날까지 금식하는 게 좋다. 검사 전날 늦게까지 먹거나 소화가 천천히 되는 음식을 과식하게 되면 검진 시 혈당과 중성지방이 높게 나오고 위내 음식물이 남아 있어서 내시경검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가능한 한 저녁 7시 전에 가볍게 저녁을 마치고 자기 전까지 목마를 때는 물을 마시고 검진 당일 기상 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복용하는 치료제가 있다면 약을 처방한 주치의와 미리 상의하고 검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약은 전날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 검사 당일 긴장해서 혈압이 높으면 내시경 등 몇 가지 검사를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당뇨병 약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약을 먹고 식사를 하지 않으면 저혈당이 와서 위험하다. 당뇨병 약 중 메폴민은 당뇨병 치료제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인데 조영제 검사를 받는 분들은 검사 전후 이틀 이상 중지하는 것이 좋다. 조영제와 메폴민이 만나면 신장독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항혈소판제 항혈전제는 더욱 결정하기 어렵다. 복용했을 때의 출혈 위험과 중지했을 때 혈전 위험 중 어떤 것이 더 위험한가를 판단해야 하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

가임기 여성이 가장 검진받기 좋은 시점은 생리 끝나고 3~7일 사이이다. 이 기간이 유방이 가장 부드러운 시기로 유방 촬영 시 유방통이 적다. 배란기나 생리 기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미세출혈이 있어 자궁경부암검사나 소변검사가 방해된다.

박 소장은 "건강검진은 완벽하지 않으며, 아무리 고가 검진을 받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놓치는 질병이 10~20%는 된다"면서 "검진에서 정상이라도 불편한 새로운 증상이 생긴다면 반드시 의사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나이, 성별, 질병위험도에 따라 항목 다르게

20·30대는 아직 젊고 건강한 경우가 많아 질병 걱정은 크게 없다. 하지만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및 식습관에 의한 대사증후군 위험(복부 비만, 고혈압, 혈당장애, 고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나는 현상)은 오히려 더 높다. 가족력이 있다면 경우 특정 질환에 더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 이를 감안하여 검진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대는 공단에서 지원해주는 일반건강검진으로 고혈압, 비만, 당뇨 등을 진단할 수 있어 주기적으로 해야 할 검진은 없다. 현재 공단에서는 혈색소, 공복 혈당, 간기능 검사(AST/ALT, r-GTP), 신장기능 검사(혈청 크레아티닌, e-GFR)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검사는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상지질혈증에 대해서는 별도의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학업, 구직, 직장 초년 생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이기도 해 위장관 증상이나 목에 이물감을 느껴 역류성식도염이 의심되면 위내시경 검사도 추천할 수 있다.

30대 여성은 최근 유방암 진단이 높아지고 있어 유방암 검진을 고려할 수 있다. 대장내시경은 50대부터 권장하고 있지만, 대사증후군이 있는 남성이거나 직계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좀 더 일찍 검사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대변 굵기 감소, 배변 습관 변화 등과 같이 대장암일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40·50대는 심뇌혈관질환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심장초음파, 관상동맥 칼슘 CT(컴퓨터단층촬영), 운동부하검사, 동맥경직도 검사를 비롯해 뇌 CT를 찍어보는 게 좋다. 60대 이후는 만성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장애(치매), 우울정도(마음건강 검진), 평형능력 및 근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암 검진은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암 검진은 소화기암(위암, 대장암, 식도암, 간암, 췌장암, 담낭암(쓸개암), 담도암 등), 폐암, 부인암(자궁경부암, 난소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건강검진 결과지 제대로 보는 법

검진결과지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은 '종합소견'이다. '정상A'는 건강상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사람, '정상B'는 정상과 질환의 경계에 있다는 뜻으로 식생활과 운동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한 사람, '2차검진'은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의심되어 재평가가 필요한 사람, '질환의심'은 진료를 통해 재평가 또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 '유질환자'는 건강상 문제로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내리는 판정이다.

혈압검사 결과를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고혈압 전 단계를 경시해서는 곤란하다. 수축기 혈압이 20㎜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Hg 증가할 때마다 심장질환과 뇌졸중(중풍) 위험이 2배씩 증가한다. 빈혈 여부를 알 수 있는 혈색소 검사도 중요하다. 빈혈은 피로라는 형태로 더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피로, 무력감, 운동 시 호흡곤란 등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당뇨 전 단계 판정은 10년 이내 당뇨로 진행될 위험이 50%이며,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다. 흔히 고지혈증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상지질혈증은 피 속에 기름이 많아져 동맥경화가 촉진되고 각종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상지질혈증은 총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콜레스테롤 등 4개 세부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이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건강검진은 완벽하지 않다. 반대로 검사결과가 정상범위를 약간 벗어났다고 해서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도 문제다.

정주영 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검진센터 교수(내시경실장)는 "건강검진은 안전벨트와 같다.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가 생명을 지켜주듯이 건강검진은 질병에 걸렸을 때 빠르게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한다"면서 "건강검진을 대충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문진표부터 꼼꼼히 작성하고 검사 이후 결과지까지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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