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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건강] 난임 가능성 높이는 자궁질환…2040 가임기 여성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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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子宮·uterus)은 생명을 잉태하고 성장·출생시키는 신비한 곳이지만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신체 기관이기도 하다. 사춘기 이전에 자궁은 길이 약 2~3.5㎝, 너비 0.5~1㎝에 불과하다. 성인이 되면 개인차는 있지만 크기 약 6~8㎝에 무게 30~40g 정도가 된다. 폐경이 되면 자궁은 다시 작아진다. 자궁은 자궁경부(자궁에서 질로 이어지는 관문), 자궁외막, 자궁근층, 자궁내막, 난관, 난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들어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독신 여성이 늘면서 자궁 관련 질환에 노출되는 여성이 많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병원을 찾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기도 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오해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하중규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누가 보아도 미혼일 법한 여성이 혼자 산부인과에 들어서는 그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하는 선입견과 오해가 젊은 여성이나 가임기 여성들이 자궁·난소질환을 조기 발견 및 치료하는 데 최대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자궁근종

자궁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양성 종양이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전자 이상과 호르몬 영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자궁근종 환자는 42만7336명으로 5년 전인 2015년 30만4504명에 비해 40% 증가했다. 특히 30대가 33.6%, 40대가 26.5% 증가했고 20대에서도 34.1%나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0.4세인 점을 감안하면 가임기 여성에서 자궁근종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하 교수는 "자궁근종은 무증상이 대부분이지만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이 일어나거나 생리량이 많아질 수 있고, 생리 기간 증가에 따른 빈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급성 복부 통증이나 성교통이 나타날 수 있고, 근종 변성에 의해 골반 통증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자궁근종이 방광이나 요관을 압박하면 빈뇨, 배뇨 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화기 장기를 압박하면 변비, 배변통, 소화장애를 겪기도 한다.

만약 자궁근종이 생겨 자궁내막이 변화해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기에 부적당하거나, 난관 중 하나 이상이 눌리거나 막혀서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면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근종은 배아가 성공적으로 착상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유산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서너 달 사이 생리 주기가 갑자기 불규칙해졌거나 오랫동안 불규칙했을 때 △생리량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가 몇 달 이상 지속될 때 △생리혈과 혈색 등에 문제가 있을 때 △없던 생리통이 생겼거나 대수롭지 않던 생리통이 심해졌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영정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근종은 배아가 성공적으로 착상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유산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궁근종은 임신 전에 미리 제거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은 자궁 안에 있는 막으로,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따라 두꺼워지고 성숙해지면서 임신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임신이 되지 않으면 자궁내막은 생리를 통해 체외로 배출되며, 정상적인 여성은 자궁 내부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이외 조직, 즉 난소, 나팔관, 복막, 복강 등에서 자라는 경우 자궁내막증으로 진단하며 통증, 유착, 염증 등을 일으킨다. 하 교수는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진단되며 월경통 환자, 만성 골반통 환자, 불임증 환자와 같은 특정 환자군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자궁내막증도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가임기 여성 중 약 10~15%에게서 발생한다. 자궁내막증 환자 30~50%가 난임을 경험하며, 난임 여성 20~50%가 자궁내막증을 갖고 있다. 이예흔 서울여성병원 아이알센터 과장은 "자궁내막증은 난임의 중요한 원인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며 "자궁내막증은 난임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의심된다면 바로 진료를 보고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난소낭종

난소는 난자를 만들고 성호르몬을 생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난소에는 주머니 모양 세포가 모인 난포가 있으며 난자 성장을 돕는다. 만약 난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거나 난포를 배출하지 못하는 등 배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난소에 수액성분의 물혹이 생긴다. 이렇게 생긴 종양을 난소낭종이라 부른다. 난소에 생기는 종양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대부분 양성 종양이다.

그러나 낭종 크기가 커지면 생리 불순, 생리통 등 생리 관련 이상 증상뿐만 아니라 배뇨장애, 배변장애, 오심, 구역, 소화장애, 두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낭종으로 인해 난소 크기가 커지면서 종양이 꼬이거나 난소낭종이 파열되면 복강 내 출혈이나 급성 복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난소낭종이 생기는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르몬 자극에 의한 배란이나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만성피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비정상적인 호르몬 교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난소낭종은 대개 수주에서 수개월 이내에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종양 크기가 8㎝ 이상으로 크거나 꼬임 혹은 파열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수술을 시행한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가임기 여성의 가장 흔한 내분비질환으로,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난소에 많은 작은 낭종이 생기면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인 소인이나 난소에서 생산되는 호르몬 불균형 등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주요 증상은 무월경, 희발월경, 과다월경, 생리 불순 등 생리와 관련된 것들인데,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인한 배란장애 때문에 생리 불순이 지속되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내막암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또 남성호르몬 증가로 인해 여드름이 생기고 얼굴이나 팔다리, 배꼽 주변 등에 체모가 과다하게 많아지기도 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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