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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한국은행 '정초' 글씨는 이토 히로부미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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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문화재청, 필체와 정교함 등에서 이토 히로부미 특징 확인…연호 글씨는 이승만 필치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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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 세워진 정초석에 정초(定礎) 글씨가 남아 있다. 정초 일자와 서명은 지워져 있고, 이후 '융희 3년 7월 11일'(1909.7.11.)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융희(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글씨는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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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 새겨진 정초석의 ‘정초’(定礎)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글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20일 현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定礎’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또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현지조사에는 지금까지 입수된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이등박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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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의 하마마츠시 문화유산 디지털아카이브(명치 42년 7월 11일(1909.7.11.) 공작이등박문). /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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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으로는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로,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는 추정이 남아있을 뿐이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며,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로,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고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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