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조선 역병처방 책·공신모임 기록화 보물 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간이벽온방' 언해, 왕명 받아 처방문 한데 모아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임금에게 술 받는 공신 모습 표현

아시아경제

'간이벽온방' 언해 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簡易?瘟方)’ 언해(諺解·한문의 한글 번역)와 17세기 공신 모임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新舊功臣相會題名之圖 屛風)’이 보물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두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했다고 21일 전했다.


보물 제2079호로 등록된 ‘간이벽온방’ 언해는 중종 20년(1525) 의관 김순몽(金順蒙), 유영정(劉永貞), 박세거(朴世擧) 등이 한글로 간행한 의학 서적이다. 평안도를 중심으로 번진 역병(장티푸스)에 대응하기 위해 왕명을 받아 처방문을 한데 모았다. 병의 증상과 치료법은 물론 일상에서 유의할 규칙 등을 실었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보관한다.


아시아경제

'간이벽온방' 언해 표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간행에는 1455년 주조된 한글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가 사용됐다. 서적에는 왕실에서의 하사를 증명하는 인장인 ‘선사지기(宣賜之記)’가 찍혔다. 앞표지 뒷면에는 책을 하사하며 날짜, 담당자 등을 기록한 내사기(內賜記)가 있다. 이에 따르면 ‘간이벽온방’ 언해는 선조 11년(1578) 도승지로 재직한 윤두수에 의해 성균관박사 김집에게 전달했다. 문화재청은 “1578년 이전에 간행됐다는 근거”라며 “현재까지 알려진 같은 종류의 문화재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다. 그 전례가 희귀해 서지학 가치가 높다”고 평했다.


보물 제2080호가 된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에 있다. 선조가 왕위에 있는 동안 녹훈(錄勳)된 구공신(舊功臣)과 신공신(新功臣)들이 1604년 11월 충훈부(忠勳府·공신이나 그 자손을 우대하기 위한 사무를 담당한 관청)에서 상회연(相會宴)을 한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상회연 개최는 ‘선조실록’ 권181에서도 확인된다. 이항복과 유영경이 선조가 하사한 술에 사례하는 전문을 올렸다고 적혔다.


아시아경제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모임에는 공신 151명이 참여했다. 1590년 2월 1일 녹훈된 광국공신(光國功臣)과 평난공신(平難功臣) 마흔두 명과 1604년 6월 25일 녹훈된 호성공신(扈聖功臣), 선무공신(宣武功臣), 청난공신(淸難功臣) 109명이다. 병풍 좌목에는 공신 예순세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여기서 이산해, 류성룡, 정탁, 이운룡, 남절 등 공신 다섯 명은 노환을 이유로 불참했다.


병풍은 네 폭으로 제작됐다. 오른쪽 첫 번째 폭에 상회연 장면이 그려졌고, 가운데 두 폭에 참가자들의 명단이 적혔다. 나머지 한 폭에는 제목만 쓰였다. 각 폭에는 비단 두 쪽이 위에서 아래로 길게 이어져 붙어있다. 위쪽에 붉은 선을 그어 구획했으며, 그 안에 전서체로 제목을 명시했다.


아시아경제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상회연 장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는 3단 돌계단 위에서 임금이 내린 술을 받는 공신들의 모습이 표현됐다. 오른쪽에는 나무 옆에서 음식을 화로에 데우는 모습 등이 그려졌다. 문화재청은 “여느 17세기 기록화처럼 위에서 내려 본 부감시(俯瞰視)로 특징만 포착해 선묘로 간략하게 그렸다”며 “원경의 설산(雪山)과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계절감(음력 11월 상순)이 전달될 만큼 필치가 세밀하고 단정하다”고 했다. “공신이 그려진 유일한 그림으로 제작 시기까지 명확해 역사·미술사적으로 의의를 지닌다”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