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은 2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히며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친일파로 몰아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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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탈당’이 정치권에 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금 전 의원은 21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며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에 절망했다”는 쓴소리를 했다.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천천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금 전 의원의 행보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 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문자 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며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모습에 절망했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21일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 전 의원을 한 번 만나볼 생각이 있다“고 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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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이 여권의 중도 지형을 축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소신파 한명도 못 껴안고 편을 가르는 친문 패권주의의 민낯이 (금태섭) 탈당을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금 전 의원을 아예 국민의힘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을) 한 번 만나볼 생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해 “더 큰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정당”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에서도 “아직 금 전 의원이 명백한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닌데 탈당 하나에 들뜬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원내 인사)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일각에선 “당장은 아니라도 중도 외연 확장을 내세우는 김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의 정치적 지향점이 언젠가는 맞아 떨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위원장 측 인사는 “과거에도 김 위원장이 금 전 의원과 종종 만남을 갖고, 주변에 좋게 평가할 정도로 호의적이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선 금 전 의원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꼽았다.

핵심은 금 전 의원의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다. 그가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순간, 민주당 탈당의 이유가 "결국 권력이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다면 여권 지지층의 반감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자칫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설사 금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선다 해도 현재로선 제3지대나 무소속 출마가 현실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엔 야권 단일후보를 위해 국민의힘은 물론, 안철수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과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금 전 의원이 아직 서울시장의 '서'자도 안 꺼냈는데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는 건 너무 앞서간 얘기"라면서도 "어쨌든 ‘금태섭 카드’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야권엔 서울시장 흥행 요소가 생겼다. 꼭 단일 후보가 아니라도 비판적 지지, 연대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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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아쉬운 일”…조응천 “원망스럽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는 이날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쉬운 일“이라고 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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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애써 탈당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아쉬운 일”이라며 “충고는 저희가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일단 떠나신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라고만 했다.

한 친문 성향의 재선 의원은 “큰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며 “금 전 의원이 당에서 큰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의미 있는 자산이 아니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다른 비문 성향 의원도 “당 안에서 쓴소리할 땐 그러려니 했지만 ‘결국 정치적 행보였느냐’는 원성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은 “자리와 이익을 좇아가는 철새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ㆍ금태섭ㆍ박용진ㆍ김해영)’로 불리는 소신파의 반응은 조금 엇갈렸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안타깝다. 어디에 있건 뜻깊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박용진 의원은 “정당정치의 기본은 당 안에서 소신껏 하는 것이다.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금 전 의원의 글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지만, 탈당 결정은 야속하고 원망스럽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선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 전 의원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설은 탈당 전부터 파다했다”고 했고,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제3의 길로 가려는 전략적 선택 아니겠냐”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2월 18일 당시 김남국 변호사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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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전 의원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언행 불일치”라고 비판하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갔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했다가 당의 징계를 받았다.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던 금 전 의원은 4ㆍ15 총선에서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 공천 경선에서 탈락했다.

손국희ㆍ하준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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