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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단독] 경찰, ‘박사방’ 무료회원 대상 압수수색 돌입... 10여명 영장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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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경찰이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에서 돈을 내지 않고 활동한 ‘무료회원’에 대해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2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사방 무료회원으로 추정되는 305명 중 서울에 거주하는 10여명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물품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은 무료회원의 스마트폰 등을 확보해 성착취물 소지 및 박사방 입장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송금명세 등을 토대로 박사방 유료회원에 대한 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해 무료회원에 대한 신원 특정 작업도 병행해 왔다.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지난해 말 무료회원을 대상으로 특정 피해자의 이름을 알려준 뒤, 해당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도록 지시한 점에서 수사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으로부터 포털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특정 시간대에 특정 이름을 검색한 이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조씨의 휴대전화에 발견한 무료회원 내역과 이를 비교·대조했다. 우연히 검색에 나선 경우는 제외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무료회원으로 추정되는 인원을 선별해 신원을 특정했다. 다만 이들은 유료회원과 달리 송금 내역 등 명확한 증거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탓에 경찰은 검찰과 구체적인 압수수색 기준 및 방법, 대상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 뒤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5일 열린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사방 무료회원에게 적용되는 혐의와 수사 상황 등을 묻는 질의에 “불법영상물 소지 내지 유포 혐의”라며 “사이버상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에 피의자 특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전국에 있는 박사방 무료회원 중 305명을 특정해 각 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달 말까지 무료회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찰이 특정한 무료회원 중에는 이미 성착취물 소지 등의 혐의로 입건된 인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방 수사 초기 “무료회원까지도 검거하겠다”는 경찰 발표를 놓고 텔레그램 측과의 협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다양한 수사 방식으로 성착취물 제작·유포·소지 및 시청자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 이번 수사의 성과로 평가된다. 향후 무료회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박사방 이외의 추가적인 성착취물 유통 관여 정황 등이 드러날 가능성도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사방과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세던 지난 3월 경찰에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경찰의 엄중 대처를 주문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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