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3일 "예타 조사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절감된 예산만 144조인데,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에 확장적 재정정책에 제한을 걸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재정관리제도부터 제대로 지켜 재정 여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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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분석’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예타 대상 사업 217건 중 105건(48.5%)의 사업이 조사 면제됐다. 면제 사업비는 88조원 규모로 예타 적합 판정을 받은 사업 소요 금액(54조1821억)보다 1.6배 이상 많았다. 사업 건수로도 4대강 사업 등 대형 토건 사업이 많았던 이명박 정부보다 17건(28조8287억원)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예타를 생략해 버려 국민 혈세 22조를 낭비했다”고 말했었다.
예타는 IMF 직후인 1999년 도입됐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 사업이 예타 대상이다. 사업성 없는 지출로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검토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난복구, 국방, 기타 국가 정책적 추진 사업 등 10개 유형은 예타를 면할 수 있다. 실제로 예타 면제 규모가 커진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위기의 영향이 컸다.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사업(9조6630억원), 아동양육 한시지원사업(1조539억원),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사업(8506억원) 등의 사업 등이 그 사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19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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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타 면제 사유의 반 이상(전체 사업비의 58.5%)은 ‘기타 재정사업’이었다.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 내용과 직원 채용 과정의 부실이 지적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1806억원), 지난 8월 누적 기준 교통비 지원금 집행액이 월평균 예산액을 초과해 발급이 중단된 ‘청년동행카드’(3670억원) 등도 예타가 면제된 사업이었다. ‘기타 재정사업’ 예타 면제 37건 중 31건은 ‘국가 정책적 추진 사업’ 명목으로 예타가 면제됐는데 국가재정법 따르면 국가 정책적 추진 사업이란 ▶경기침체 ▶대량실업 ▶환율급변동 등 대내외 긴급한 경제‧사회적 여건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용 의원은 “정부 정책 발표에 따라 사업을 조기 집행하려는 목적으로 손쉽게 예타를 면제했다”며 “법령이 정한 대로 ‘중대한 여건변동 혹은 긴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또 “예타 제도의 입법 미비를 정부가 적극 활용해 사실상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재량지출 권한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정준칙 도입보다 이미 있는 재정관리제도부터 제대로 지키는 게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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