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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은 지난달 1차 토론보다 훨씬 정제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가 꺼진 상대방 발언 시간을 제외하고는 특유의 '네거티브 전술'을 구사하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가리켜 "당신 때문에 내가 출마했던 것"이라며 "행동은 없고 말뿐인 부패 정치인"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다소 수세적으로 끌려가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가 80분이 흐른 시점에 시계를 보는 장면도 포착됐는데, 사회자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 직후였다.
두 사람은 첫 질문인 코로나19 평가부터 첨예하게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정점을 지났다"며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함께 죽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라며 "어두운 겨울로 진입하고 있지만 그는 계획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으로 머물러선 안 된다"며 "내가 끝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완전히 책임진다"고 처음 발언했지만 곧이어 "내 잘못이 아니라 중국 잘못"이라고 피해갔다. 토론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네거티브 공방이 펼쳐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는 어떤 나라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한 직후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당신에게 많은 돈을 줬고 지금도 아마 그럴 것"이라며 "당신이 빅맨이고 아마 10%는 챙겼을 것"이라고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인 헌터의 해외 이권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는 평생에 걸쳐 외국에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당장 세금 기록을 내놓지 않으려면 부패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은행 계좌를 갖고 있다며 "중국에서 돈을 번 것은 바로 이 사람"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상 만든 계좌였으며 2015년 이미 폐쇄했다고 해명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한동안 계속되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와 내 가족이 아니라 여러분 가족에 관한 문제"라며 "여러분이 그를 알고 나를 안다"고 말했다. 누가 더 부패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유권자들에게 맡기겠다는 취지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이민정책부터 인종문제, 기후변화까지 곳곳에서 뚜렷한 전선을 형성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분리 정책을 비난하면서 취임 후 100일 안에 불법 이민자가 합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경제를 망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바이든은 작은 유리창을 가진 건물만 짓게 만들 것" "풍력발전은 매우 비싼 데다 새들을 죽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석유 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점진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오클라호마는 이 말을 기억해달라"고 치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회주의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했으나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는 다른 사람하고 맞붙은 줄 안다. 나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이긴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날 TV토론을 끝으로 남은 열흘간의 레이스에서 대형 이벤트는 없다. 이미 47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우편투표나 사전 현장투표를 마쳤지만 올해 같은 박빙 승부에선 핵심 경합주에서 1~2%포인트 정도 지지율 변화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주 초에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선거 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50.7%로 트럼프 대통령(42.8%)을 7.9%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기준으로 10.3%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는 다소 줄었다. 주요 경합주 격차는 전국 지지율보다 작고, 초경합주는 오차범위 이내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여성이나 고령 유권자에게는 호소력이 없었으나 에너지와 경제 문제를 부각시킨 점은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에게 먹힐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3주 전 토론에서 오늘같이 했으면 좀 더 나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토론에서 승자는 없다"고 평가했다.
토론 승자를 묻는 즉석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SSRS 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53%로 39%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앞질렀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54%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35%)보다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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