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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 먹여 살린다”던 인재경영 철학[이건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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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일류인재에 집착···글로벌 삼성의 토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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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03년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놓아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린 말이다. 바꿔 말하면 평범한 사람 10만명보다 한 사람의 천재가 낫다는 얘기다. 이는 이병철 창업주의 3대 경영이념 중 하나인 인재 제일과 맥을 같이 한다.

일류 인재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관심은 와세다대학에 재학했던 일본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일본에서 프로레슬러로 유명한 역도산과 자주 골프를 쳤다고 한다. 이외에도 일류 야쿠자들과 1년간 골프를 치며 그들의 행동을 연구한 적도 있고 사기범, 절도범 중에서도 전과 20범 이상의 최고수들을 골라 연구를 했다.

이 회장이 일류 인재에 대해 이토록 집착한 이유는 최고에게는 반드시 뭔가 다른 점이 있으므로 연구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와 관련해 “일류란 자신이나 일에 철저한 사람이고, 인간미가 넘치며, 벌을 줄 때는 사정없이 주고, 상을 줄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최고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그만의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인재 육성에 대한 호암과 이 회장의 신념과 열정은 삼성이 최고의 인재를 모집하고 더 나아가 평범한 사람도 열정을 가진 ‘삼성맨’으로 키워 내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삼성의 인재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이다. 삼성그룹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가장 먼저 소집해 최고 인재로서의 정신 무장을 시키는 곳이다.

이 회장이 1987년 회장이 된 직후 가장 먼저 내렸던 지시도 “인력개발원(창조관)을 지으라”는 지시였다고 한다. 인재개발원은 세계 최초의 기업 내 대학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크로톤빌연수소를 모델로 한 것으로 이 회장이 초대 원장을 맡았다.

이곳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사가(社歌)와 국가를 부르며 애사정신과 애국심을 기르게 된다. 신입사원들에게 한 푼도 돈을 주지 않고 삼성 제품을 갖고 버스에 태워 연수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놓은 뒤 식비와 차비를 마련해 연수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입사원들로 조(組)를 구성해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시키거나 소속 계열사의 미래 전략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입시에 버금갈 정도로 혹독한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거친 삼성맨들은 인재 개발원에서 비로소 삼성 의식을 체화했다고 말한다.

이런 인재 교육은 신입사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계열사에 따라 다르지만 입사 후 매년 2주일간의 연수를 중견사원들도 받아야 한다. 부장급 사원에게 산악훈련을 시킬 때도 있다. 오후 8시가 지나 사방이 컴컴할 때 사원 몇 명을 조를 짜 전등과 지도만을 가지고 산을 넘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제를 통해 난관을 뚫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리더십과 조직애를 키운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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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과정을 통해 육성하는 삼성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내용은 이렇다.

먼저 향후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회사와 산업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시기상조라고 할 때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삼성전자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 놓은 이 회장의 인생역정과 닮아 있는 인재론이다.

두 번째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다.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재여야 한다. 애플을 일궈낸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런 인재로 분류된다.

그 다음은 투철한 가치관과 조직관을 갖춘 인재, 마지막은 인간미가 있는 인재다. 이런 인재론에 이 회장의 뜻이 반영돼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훌륭한 인재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고 해도 그들을 삼성맨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2002년 11월 사장단을 불러 모아 특단의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사장단의 인사평가 점수에서 100점 중 40점은 핵심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로 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후 사장들이 인재 모시기를 발등의 떨어진 불 다루듯 화급한 과제로 다뤘다.

이 회장이 직접 밝힌 인재육성에 대한 철학은 지금까지도 기업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인재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채용해야 합니다. 기존 핵심 인력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인재 육성의 한 방편입니다. 인재의 조기 양성을 위해 이공계 대학생을 지원하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에서도 미국·중국·일본 등 유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을 조기 발굴해 장학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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