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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공식 논평 가장 늦게 나온 민주당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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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소식에 정치권 반응은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회장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며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같은 고인의 여러 말씀은 활기 있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고인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며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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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소식에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히 생각하자"고 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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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다른 대기업 총수의 별세 소식 때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이 대표는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지난 1월 20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역사엔 공과가 있기 마련인데, 과는 되돌아보고 시정해 가야 하는 것이지만 아쉬웠던 점을 조문객이 장례식장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가 국무총리 재임 시절인 2018년 5월 21일 구본무 LG 회장이 별세했을 때 적은 페이스북 추모글엔 “구본무 회장님은 중간 값의 술을 즐겨 드셨다.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 “도덕경영을 실천하시고, 누구에게나 겸손 소탈하셨던 큰 어른. LG를 국민의 사랑, 세계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키우신 장본인. 너무 일찍 떠나셨다” 등의 내용만 담겼다.

20, 21대 국회에서 ‘삼성 저격수’를 자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 회장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의 리더국가로서 반칙과 특혜, 불법으로 얼룩진 낡은 권위주의적 방식의 기업문화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한국경제 성장의 주춧돌을 놓은 주역”이라고 평하면서도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들은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민주당 논평은 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보다 늦게 나왔다. 이 회장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반감을 고려해 톤을 조절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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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경북 경주시 단석산 천주사에서 열린 제68주년 김유신 장군 추모제 행사 중 배현진 당 원내대변인이 보낸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애도 성명 관련 문자에 답신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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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회장을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는 파격의 메시지로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이끈 혁신의 리더”라고 평가하며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다. 일생 분초를 다투며 살아왔을 고인의 진정한 안식을 기원하며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고인께서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반도체, 휴대폰, 가전으로 삼성을 세계 일등기업으로 일으켰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면서 우리 경제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썼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구두 논평을 통해 “고인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첨단 분야에서 삼성이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이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의 자부심을 높였던 선각자”라고 추켜세웠다.

여권 인사들 중 ‘쓴소리’보다 ‘애도’에 방점을 찍은 이들도 있었다. 원조 ‘삼성 저격수’였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MBC 경제부 기자 시절 이 회장이 소개해 줬다는 일본영화 ‘천칭’의 줄거리와 함께 “진정으로 내가 파는 물건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오늘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님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며 “오늘 영화 ‘천칭’을 다시 떠올리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이룬 이건희 회장님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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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삼성 저격수'였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5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 소식에 애도 성명을 내고 "오늘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님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고 추켜세웠다. 사진은 박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개최된 청청콘 온라인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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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출신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1987년 회장 취임 후, 자주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오셔서 사원들을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반도체 사업은 ‘양심산업’이라며 ‘국가의 명운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라고 사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소명의식을 심어주셨다”며 “과감한 7·4제 도입으로 일과 후 학업을 병행하고자 했던 사원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사내대학을 만들어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그 뜻을 잊지 않겠다”고 썼다. 양 최고위원은 광주여상 졸업 직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상무까지 오른 이력의 소유자다.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모글에 “질곡의 현대사에서 고인이 남긴 족적을 돌아보고 기억하겠다”며 “기업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일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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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1989년 국회 5공특위에 출석한 이건희 회장이 선서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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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비판 강도는 정치권에서 가장 셌다.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정호진 수석대변인)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고인의 선지적 감각 그리고 도전과 혁신 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안철수 대표)이란 애도 논평을 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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