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7] 2016년 러스트벨트 6~7% 숨은 표
전통적 민주 지지층 백인노동자, 트럼프에 투표
2020년 '프라우드 보이스'처럼 공개된 열혈 지지
"군복 입고 총 들고 다녀 중도층은 '샤이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열혈 지지하는 극우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 지도부가 지난 18일 경합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트럼프 단결' 플래카드를 내건 트럭을 타고 행진을 벌였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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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3일 대선을 일주일 앞둔 27일에도 6개 주요 경합주에서 뒤지고 있다. 특히 4년 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0.2~0.8% 차 '초박빙 승리'를 얻었던 중서부 공장지대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격차가 여전히 크다.
트럼프로선 2016년처럼 숨은 지지층인 '샤이 트럼프(shy Trump)'가 투표소로 다시 쏟아져 나오느냐가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상대로 막판 대역전극에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이다.
미국 여론조사 집계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평균 지지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노스캐롤라이나 1.2%포인트, 플로리다 1.8%포인트, 애리조나 2.4%포인트 등 남부 '선벨트' 3개 주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많이 따라붙었다. 반면 펜실베이니아 4.8%포인트, 위스콘신 5.5%포인트, 미시간은 무려 9.0%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2016년 D-7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와 비교할 경우 미시간만 2%포인트 더 벌어진 것을 제외하곤 2016년과 비교할 때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보다는 상대적으로 작다.
2016년 대선 격전지 ‘샤이 트럼프’ 규모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이론적으로는 2016년 대선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제 투표장에 나와 트럼프를 찍었던 '샤이 트럼프'가 이번에도 똑같은 규모로 투표장에 나온다면 미시간을 제외한 5개 경합주를 얻어 재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미시간(7.2%P), 펜실베이니아(6.7%), 위스콘신(6.5%P) 등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2016년 대선 당시 D-7 지지율과 투표 결과의 차이가 컸기 때문에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던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가 힐러리에 등을 돌리고, 트럼프를 택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미국 선거에서 '숨은 백인표' 현상은 2016년이 처음은 아니었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민주당 흑인 후보 톰 브래들리가 공화당 조지 듀크미지언에게 여론조사에선 9%포인트 앞서다가 실제 투표함을 열어보니 1.2%포인트 뒤져 '브래들리 효과'란 이론까지 만들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오레곤주 주도 세일럼에서 무장한 채 행진을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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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중앙일보에 "지금은 '샤이 트럼프'만큼이나 '샤이 바이든'도 많아졌다"라며 "러스트벨트 여러 주에선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군복 차림에 총을 들고 돌아다녀 민주당 지지자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중도파와 무당파, 민주당 지지자들이 오히려 침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대선 여론조사 예측이 크게 실패한 뒤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과다 대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교육 수준'을 지표에 포함했다. 고졸 이하 백인 노동자의 지지율 변화를 놓치지 않도록 보완한 것이다.
슈미트 교수는 "2016년엔 자유당·녹색당 등 제3당 후보가 출마해 3~5% 득표율을 가져갔기 때문에 힐러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이번엔 트럼프를 도와줄 제3당 후보마저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2016년 공화당 경선과 2020년 9월 중순 실시한 익명의 온라인 조사와 전화면접 조사 방식간 트럼프 지지율 차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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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가 2016년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율을 익명의 온라인 조사와 직접 전화면접 방식으로 각각 조사한 결과 온라인(38%)과 전화면접(32%)에서 6%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2020년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온라인(45%)-전화면접(44%), 바이든은 온라인(55%)-전화면접(56%)에서 각각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1%포인트 차이만 났다.
다만, 소득수준 별로 볼 때 트럼프 지지자의 경우 연 소득 7만 5000달러 이상의 고소득 지지자는 온라인(52%)-전화면접(42%)으로 조사돼 직접 전화면접 때 10%포인트가 "지지한다"는 응답을 꺼렸다. 바이든 지지자의 경우에도 역시 3만 5000달러 이하의 저소득 지지자는 온라인(67%)- 전화면접(61%)으로 6%포인트 정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 결과에선 차이가 없었다.
지난 24일 조지아주 덜루스 미 대선 사전투표 행렬 옆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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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정치학 교수는 "2020년의 '샤이 트럼프'는 결과를 뒤집을 만큼 의미 있는 숫자로 보기 힘들다"라며 "트럼프가 막판에 러스트 벨트에서 승리하려면 저학력 백인층이 기록적인 규모로 쏟아져 나와야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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