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감찰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을 두고 부실 수사 의혹이 있다며 감찰을 지시한 거죠.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당시 제대로 수사가 이뤄졌다면 막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윤 총장의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국감에서 시작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두고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내용을 최종혁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추미애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배경은 이러합니다. 옵티머스에 투자한 자금이 부정하게 사용된 사실을 적발한 한국전파진흥원이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옵티머스 대표 등에 대해 수사를 해달라고 의뢰를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이 혐의가 없다고 처리한 것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는데요. 첫째, 봐주기 수사입니다. 전파진흥원이 수사를 의뢰한 혐의는 여러 개였는데, 검찰이 범위를 축소했고 계좌추적 등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전직 검찰총장 등 유력 인사들의 로비 등에 의해 사건이 무마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둘째, 결재 규정 위반인데요. 정부 기관이 680억 원 상당의 금융범죄로 수사를 의뢰한 만큼 위임 전결 규정상 중요사건으로 보고하고 결재가 되었어야 하는데, 부장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규정에 따른 부장 전결 사건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2일) : 당시 주임 부장검사는 누굽니까?]
[윤석열/검찰총장 (지난 22일) : 부장검사는 형사7부장 아닌가? (7부장입니다.) 네. 김유철 지금 원주지청장인데… (보고받은 적 없다.)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까?) 아니 이거는 사건 자체가 부장 전결 사건입니다. 아예 보고가 올라오질 않습니다. (그게 윤석열식 수사입니다. 총장님이 관심 두는 사건은 무한대의 수사) 아니요. (관심 없는 사건은 이렇게 부장에게 책임을 넘깁니다.)]
추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세 번째,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들으신 것처럼 윤 총장은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사건이 보고됐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국감에서 나온 주장이기도 합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6일) :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그리고 옵티머스를 당시에 변호했던 변호사가 끈끈한 관계가 있지 않았었나.]
[추미애/법무부 장관 (지난 26일) : 중앙지검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 하는, 그런 검찰총장의 증언한 부분, 이 자리에서 증언한 부분은 상당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에 감찰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감에서 여당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이 나온 이후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겁니다. 추 장관이 지시한 감찰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윤석열 검찰총장, 그리고 사건을 결재한 부장검사와 옵티머스 변호인입니다. 두 사람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사건을 처리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청문회에 관여하고 이후 대검의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였다." 바로 김유철 현 원주지청장입니다. 청문회 준비단 소속이 아니긴 했지만 외부에서 정책 관련 업무를 지원했고, 윤 총장 취임 직후 소위 검찰총장의 눈·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발령이 난 건 맞습니다.
비슷한 사례도 있죠. 추미애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남부지검 1차장이 언론홍보팀장을 맡았는데요. 그리고 추 장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됐고 반년 만에 법무부 검찰국장이 됐죠. 바로 심재철 현 국장입니다.
아무튼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한 김유철 지청장은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부장 전결로 처리한 건 규정 위반이 아니고, 수사도 부실하게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부분은 감찰을 통해 규명이 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이죠. 옵티머스 변호인에 대해 추미애 장관은 "검찰총장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유명 변호사"라고 설명했는데요. 이규철 변호사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이름이다 하실 텐데요. 저희 다정회 가족, 애청자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죠.
▶ JTBC '정치부회의' (2017년 3월 2일)
[이규철 특검보가 출근하고 있습니다.]
[이규철/특검보 대변인 : (우 전 수석이랑 통화 내용은?) 그건 좀 더 확인해봐야 합니다. 나중에 풀 (출입 기자단에게 설명)해 드릴게요. (백서 출간하신다고 하셨는데?) 아 그건 아직 계획이 없어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요. (전혀 계획이 없으신 거예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고요. (고맙습니다.) 네.]
국정농단 특검팀 특검보였습니다. 4명의 특검보 가운데 유일하게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이었지만 윤석열 수사팀장과 함께 일을 했으니 둘 사이가 '긴밀'하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리고 감찰 지시서엔 이 변호사 앞에 '유명'하다는 수식어도 붙였죠. 특검 수사 당시 이규철 특검보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규철/당시 특검보 대변인 (2017년 1월 11일) : 태블릿 PC와 관련된 그런 논란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저희들이 실물을 직접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직접 압수할 때 있었던 수사관과 같이 대동해 왔고 실물을 우리 부대변인이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 보시고 바로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말씀드린 것이, 이것이 실물입니다. (기종이 뭔가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이렇게 특검팀 대변인을 맡아 매일 국민들에게 수사 상황을 전했습니다. 더욱이 매일 그의 옷차림과 소품까지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이규철 변호사는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선임계가 제출됐긴 했지만 담당 변호사는 따로 있었"고 "입회와 의견서를 한 번씩 한 이후 손을 뗐다"고 밝혔습니다.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김유철 지청장은 일면식도 없고 무혐의가 난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감찰 지시의 핵심은 윤석열 총장 당사자입니다. 우선 법무부와 검찰이 관련 규정과 사건에 대한 검토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총장도 검사인 만큼 감찰 대상이지만 현직 총장이 실제 감찰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채동욱 전 총장도 감찰 지시가 내려오자 사의를 표명해 실제 감찰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죠. 윤석열 총장은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한 만큼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또 윤 총장이 국감장에서 장관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낸 점 등을 고려하면 추 장관도 물러설 수 없는 만큼 감찰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결국 추미애-윤석열 간 마찰로 인한 냉각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죠. 청와대가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기도 하거니와, 수사에 감찰까지 현실화된 마당에 중재에 나설 타이밍이 늦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수사지휘 배제 이어 직접 감찰…추미애, 윤석열 거취 압박? > 입니다.
최종혁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