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평소 '노 마스크'를 표방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도 연설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며 공격적으로 선거 유세를 펼쳐왔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상 증세 징후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30일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1을 타고 대선 경합주인 미네소타주 덜루스로 날아가 공항에서 유세를 했는데, 이날도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단에 올랐습니다. 평소 1시간 넘게 혼자 연설을 하던 그는 45분 만에 연단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날은 트럼프 수행원인 호프 힉스(32)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때이기도 합니다. 이튿날이었던 10월 1일 힉스 보좌관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힉스 보좌관의 확진 이후에도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실내외에서 100명 가까이 직접 접촉했습니다. 백악관 주치의인 숀 코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증의 기침, 약간의 코막힘, 그리고 피로 증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2일 저녁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올해 74살인 그는 높은 연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입니다. 지난 6월 발표된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체중은 110.7㎏으로 비만에 속하며, 주치의에 따르면 그는 가벼운 심장 질환이 있습니다.
주치의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받은 약품들이 항체 칵테일과 아연제제, 비타민D, 파모티딘, 멜라토닌, 그리고 아스피린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에 어느 것도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입증된 것은 없다고 AP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생명공학 업체인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도 투약받았는데 이 역시 유효성과 안전성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상에서 1시간 새 18개의 트윗을 올리거나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차를 타고 병원을 한 바퀴 도는 황당한 행동도 벌였습니다. 입원한 지 사흘 만에 퇴원한 트럼프는 백악관에 도착해 발코니에 올라가 마스크를 벗고 거수경례 퍼포먼스까지 했습니다. 완치 판정이 나오기 전 마스크를 벗은 행동은 집단 감염을 추가로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향후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54%로, 42%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12%포인트 차로 앞섰습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전보다 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22만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이번 대유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우세합니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신의 축복이다"라며 호언장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까요. 글로벌 줌업에서 묻고 설명합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함민정·석경민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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